
자신이 20여년 간 병수발을 하던 아버지와 함께 죽으려다 혼자 살아남은 아들이 중형을 선고 받았다.
법원은 딱한 사정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숨진 아버지가 아들과 함께 목숨을 끊으려 한 것은 아닌 만큼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대전지법 형사12부(이창경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1)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18일 오전 1시 9분쯤 충남 태안군 고남면에서 자신이 몰고 가던 승용차를 바다에 빠뜨려 함께 탄 아버지(73)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씨 부자는 사고 직후 출동한 경찰에 구조됐지만 아버지는 병원 이송 과정에서 결국 숨을 거뒀다.
A씨는 경찰에서 “빚이 많고,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부양하는 등 처지를 비관해 아버지와 함께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고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3형제의 장남인 A씨는 군 제대 직후 뇌병변으로 쓰러져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20여년 간 정성껏 돌봤다. 결혼을 했지만 이혼해 식당 주방장 일을 하며 혼자 병수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은행 빚만 1억원이 넘는 등 경제적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이런 딱한 사정을 잘 아는 이웃들은 A씨를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실하게 생활하며 아버지를 돌보는 착한 아들이었다”고 칭찬했다.
A씨는 하지만 오랜 병수발 등에 지쳤다는 이유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러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됐다.
검찰은 29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공판에서 “수영도 못하는 아버지를 고의로 익사시킨 사건”이라면서 징역 8년을 구형했다.
배심원들도 4명은 징역 8년, 3명은 징역 7년의 의견을 내는 등 모두 존속살해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도 “아버지가 숨지기 전까지 죽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함께 목숨을 끊는데 동의한 적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자신을 낳고 길러준 아버지를 살해한 행위는 인륜을 저버리는 중대한 범죄”라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가 장남으로서 수십년 간 장애 아버지를 봉양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뒤 홀로 남게 될 아버지가 나머지 가족들에게 무거운 짐이 된다는 생각에 함께 생을 마감하기로 하고 범행한 점, 동생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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