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모집 983명 증가 그쳐, 수시 비중 77% 절대 다수
올해 고2 학생들이 치르는 2021학년도 대입의 정시 비중이 아주 미미하게 확대되는 데 그친다. 늘어나는 정시 모집인원도 1,000명이 채 안 되는 983명에 불과해 내년도 입시에서도 수시모집(77%)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게 된다. 대학들은 정부가 권고한 정시 30% 달성 시한인 2022학년도 대입에서 정시 비중을 한 번에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30일 발표한 ‘2021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에 따르면 2021학년도 전체 대학의 모집인원은 34만7,447명으로 확정됐다. 전형별 비중은 수시모집 77.0%, 정시모집 23.0%다. 수시모집 비율은 2006학년도(48.3%) 이래 가파르게 늘다 2015학년도에 한 차례 소폭(2.0%포인트) 줄었고,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올해 고3 학생들이 치르는 대입(수시 77.3%, 정시 22.7%)과 비교하면 수시 비중이 겨우 0.3%포인트 줄어드는 것에 불과하다. 인원 수로 계산해도 정시에서 983명을 더 뽑는 수준이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정부 방침인 ‘2022학년도 정시 30%’에 연착륙하기 위해 올해 발표하는 2021학년도 대입에서 어느 정도 정시 비율을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현재 정시 비율이 30%에 미달하는 대학들은 대부분 올해는 큰 변화 없이 2022학년도에 한 번에 올리는 ‘경착륙’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시 비율을 확대하는 시기는 대학들의 권한이지만, 교육부는 일선 학생들의 예측 가능성을 고려해 지난달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에서 2021학년도 대입에서 어느 정도 정시 비율을 늘려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대표적으로 서울대는 2021학년도 총 3,360명의 신입생을 뽑는데 정시 비율이 21.9%(736명)로 올해 정시 비율인 20.4%에서 1.5%포인트 끌어올리는데 그쳤다. 경희대도 2021학년도 정시 비중을 23%(2020학년도)에서 25.2%로 2.2%포인트 소폭 늘렸다. 대학이 전형 비율 조정에 소극적인 주된 이유는 단과대학별 이해관계 조정이 힘들기 때문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1.5%포인트를 늘린 것도 굉장히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고려대는 정부 기조에 우회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고려대는 2021학년도 정시 비율을 16.2%(2020학년도)에서 18.4%로 조금만 늘린 대신, 교과성적(내신) 위주로 뽑는 ‘학생부교과전형’을 9.6%에서 27.8%로 대폭 늘렸다. 이는 교육부의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지원 조건의 별도 조항을 활용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가 지난해 정시 비율을 30%로 높이도록 권고한 것을 대학들이 실제로 이행하도록 하기 위해 2022학년도까지 정시 비중이 30%에 미달되면 매년 553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대신 정시로 학생 충원이 어려운 지방대 사정을 고려해 별도로 학생부교과전형이 30% 이상이면 해당 사업에 지원할 수 있는 문을 열어놨는데, 고려대가 이 조건을 이용해 정시를 늘리지 않으면서도 재정 지원을 받으려고 했다는 분석이다.
송근현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2021학년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학이 권고안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다만 (고려대 움직임이) 다수 대학으로 확대되면 재정지원사업의 참여 자격 요건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된 68개교 중 서울대가 20억6,600만원으로 가장 많은 돈을 받았고, 고려대는 15억6,200만원으로 경희대(16억6,300만원)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지원금을 따냈다.
수도권 15개 주요 대학은 2021학년도에 ‘학생부종합전형(학종)’도 44.0%(2만2,761명)로 2020학년도(43.7%ㆍ2만2,700명)에 비해 늘리기로 했다. 학종의 신뢰도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는 여론과는 반대 방향이다. 특히 연세대(34.9%→48.9%)와 건국대(48.9%→59.3%)는 2020학년도에 비해 학종 비율을 대거 늘린다. 이대, 서강대, 한양대 등도 학종을 소폭 늘린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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