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용산구 추진 국내 첫 치매안심마을 ‘삐걱’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용산구 추진 국내 첫 치매안심마을 ‘삐걱’

입력
2019.05.03 04:40
14면
0 0
서울 용산구가 경기 양주시에 추진 중인 치매안심마을 조감도. 용산구청 제공
서울 용산구가 경기 양주시에 추진 중인 치매안심마을 조감도. 용산구청 제공

서울 용산구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추진 중인 치매안심마을이 출발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치매안심마을 예정지인 경기 양주시에서 입소자 돌봄 부담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급격하게 느는 치매 환자를 요양시설이 아닌 마을이라는 열린 공간에서 돌보겠다는 용산구의 첫 시도가 어떤 결과를 낼지 주목된다.

2일 용산구에 따르면 구는 양주시 기산리에 소재한 옛 용산구민휴양소 부지 일대에 치매안심마을 조성을 추진 중이다. 부지 면적은 1만1,627㎡이며 대부분 구 소유 땅을 활용하고 민간 토지를 일부 수용한다. 사업비는 총 175억원이다.

이 곳은 거주동(5개), 복지동(1개), 녹지, 텃밭 등으로 조성된다. 거주동은 지상 2층 규모로 1개동에 24명씩 총 120명을 수용한다. 복지동에는 의사와 간호사 같은 전문 인력이 상주할 수 있는 공간과 함께 카페, 제과점, 편의점, 미용실, 극장으로 사용될 다목적 강당, 물치료 풀(Pool)이 들어온다. 다양한 테마가 있는 정원과 채소를 가꿀 수 있는 텃밭, 애완동물 사육공간 등 치매환자들의 정서 함얌에 도움이 될 공간들도 조성된다. 2020년 착공해 이듬해 완공이 목표다. 간호사, 요양보호사 등 관리 직원은 100여명 규모다.

하지만 치매안심마을이 들어설 양주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시설 입소자들에게 지급되는 각종 사회복지사업 관련 지원금을 고스란히 떠안게 돼 시의 재정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서울 용산구가 추진하는 치매안심마을에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양주시 기산리 일대에 걸려 있다. 양주시 제공
서울 용산구가 추진하는 치매안심마을에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양주시 기산리 일대에 걸려 있다. 양주시 제공

양주시에 따르면 국민기초생활수급자가 요양시설에 입소할 경우 장기요양급여(일 최대 6만9,000원)와 생계급여(월 25만2,849원)로 1인당 연간 최대 3,000만원 정도가 예산으로 지급된다. 기초 지자체 분담율(60%)를 적용할 때 양주시가 1인당 연간 최대 1,5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은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시설 입소 시 해당 지역으로 주소를 옮겨야 한다. 여기에 또 다른 의료급여수급대상자인 국가유공자, 노숙인, 탈북민, 이재민을 비롯해 소외계층 재정지원 대상인 장애인, 65세 이상 노인 등이 입소해 주소를 옮겨도 해당 지자체가 재정지원 부담을 져야 한다.

양주시 관계자는 “시설 특성상 서울시민들이 많이 이용할 게 뻔한데, 양주시는 아무 인센티브 없이 재정 부담만 늘어난다”며 “용산구는 주민들에게 생색을 낼 수 있겠지만, 양주시 입장에선 비용부담에 관리 감독까지 떠안게 된다”고 반대했다.

치매안심마을이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양주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노인요양시설이 계속 들어오면 관광 인프라가 쇠퇴해 자연스럽게 관광객은 줄고 지역경제는 침체되는 악순환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양주시의회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의회는 지난 23일 용산구 치매안심마을 건립계획을 철회해달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정덕영 의원은 “용산구의 치매안심마을이 들어설 곳은 기산호수 등 양주시의 대표 관광지로, 시설 건립 시 관광사업은 물론 지역 경제도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주시 주민들도 치매안심마을 조성에 반대하며 곳곳에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양주시와 시민들의 반대에 국내 첫 치매안심마을 사업이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치매안심마을이 허가가 아닌 신고 사항이지만, 신고 수리 권한을 양주시가 쥐고 있어서다.

용산구는 양주시의 반발이 커지자 지난달 30일 ‘양주시의 추가 재정지원 부담은 없을 것’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아직 재정 부담과 관련, 구체적으로 협의된 내용은 없다.

치매안심마을이 양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도 내놨다. 용산구 관계자는 “치매안심마을은 국내 최초 선진 치매케어 환경을 도입한 시설로, 추후 요양시설 벤치마킹과 견학, 요양보호사 및 사회복지사 실습, 가족운영실 등 방문객 증가로 오히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양주시 주민 우선 채용과 치매노인 20명+알파 입소를 당근으로 내밀었다.

두 지자체의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치매안심마을 설립 취지에는 공감하나, 시설이 들어설 해당 지자체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만큼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하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허훈 대진대 공공인재대학장(행정학과 교수)은 “파주 벽제화장장을 비롯해 서울시의 각종 주민 기피시설의 역외 유출 현상은 늘 문제가 돼 왔다”며 “이젠 서울시와 각 구청도 다른 곳에 주민 기피시설을 짓을 경우 책임감을 가지고 해당 지자체와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설립 이후 운영 과정에서도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