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우에노동물원에서 사육사와 코끼리들이 인사를 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도쿄=고은경 기자

일본 도쿄(東京) 대표적 동물원인 우에노(上野) 동물원. 1882년에 문을 연 이후 1년에 400만명 이상이 찾는다고 한다. 얼마 전 방문한 이곳은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판다 사육시설 보수에 들어가는 등 관람객 맞이에 한창이었다.

생태설명회나 먹이 주는 시간 등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어 정문과 가까운 판다사부터 찾았다. 판다 사육시설은 30분 가량 기다린 다음 들어갈 수 있었는데 사람이 많아서인지 정작 판다 관람에 주어진 시간은 1분이었다. 유리창 너머 멀리서나마 잠을 자고 있는 판다를 볼 수 있었다. 사육시설 주변에는 판다의 특성을 비롯해 시설에 기부한 기업들에 대한 정보도 소개하고 있었다.

일본 도쿄 우에노동물원 인기 동물인 판다의 일상에 대해 설명한 표지판. 도쿄=고은경 기자
일본 도쿄 우에노동물원에서 한 사육사가 코끼리 등에 탄 채 쇼를 하고 있다. 도쿄=고은경 기자

이어 찾은 코끼리사에서는 마침 사육사와 코끼리 무리가 모여 있었다. 가장 놀란 것은 한 사육사가 코끼리 등에 탄 채 코끼리에게 먹을 것을 주는 모습이었다. 코끼리는 사육사가 주는 것을 받아 먹기 위해 연신 코를 뒤로 젖혔고, 나아가 두 뒷다리를 굽힌 상태로 묘기를 펼쳤다. 다른 두 마리의 코끼리도 고개를 흔들며 인사를 하고, 발을 들거나 무릎을 꿇었다. 하이라이트는 세 마리의 코끼리들이 꼬리를 물고 일렬로 사육시설 두 바퀴를 도는 것이었다. 주변에선 ‘잘한다’는 찬사와 함께 ‘코끼리를 타고 싶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코끼리 등에 탄 사육사는 최근 동물복지를 이유로 선진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훈련도구인 ‘불혹’을 들고 있었다. ‘쇼’가 끝나고 설명판을 보니 위 행동은 코끼리 건강을 체크하기 위해 필요한 운동이며 불혹도 벌을 주려는 게 아니라 사육사가 신호를 보내기 위한 도구라고 적어 놓았다.

일본 도쿄 우에노동물원 코끼리사 옆에는 코끼리 훈련도구인 불혹에 대해 벌을 주는 게 아니라 사육사가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은 불혹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긍정훈련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도쿄=고은경 기자

즐거워만 하는 주변의 반응 속에서 갑자기 마음이 울컥했다. 한국 동물원에서도 코끼리 먹이 주기나 불혹을 없앤 지 수년이 지났는데, 설사 코끼리에게 필요한 동작들이라고 해도 아무런 설명도 없이 코끼리를 오락적 도구로 활용한다는 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전시동물 전문보호단체인 동물을위한행동,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에도 의견을 구했는데 비판적 의견을 내놓았다. 야생에서는 보이지 않는 행동들을 시키는 것, 특히 사육사가 코끼리 등에 타는 행동은 전혀 건강관리와 관계도 없고 비교육적이라는 지적이다.

이후 북극곰, 늑대, 사자, 호랑이사를 돌아다녔지만 설명을 하거나 동물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찾을 수 없었다. 판다와 코끼리와 달리 다른 동물들의 경우 설명판도 한 두 개에 그쳤다. 펭귄 등 작은 동물들의 경우 관람객들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음식을 주거나 물건을 던질 수 있을 정도였지만 역시 관리자는 없었다.

일본 도쿄 우에노동물원에서 사육되고 있는 하마. 사육시설이 낡아 보인다. 도쿄=고은경 기자

이와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대표 동물원인 서울대공원이 그나마 나아 보였다. 사육하던 남방큰돌고래는 바다로 돌려보냈고, 북극곰도 더 이상 들여오지 않는다. 하지만 서울대공원에서도 지난해 두 마리의 코끼리가 폐사하는 등 동물 관리와 낡은 전시시설 등에 대한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동물원은 존재 이유로 종 보전, 교육 등을 꼽는다. 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겉치레나 인기 있는 동물위주의 투자가 아닌 동물의 습성을 고려하는 행동 풍부화를 확대하고, 관람객에게 교육적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나아가 넓은 공간에서 무리 지으며 살아가기 때문에 동물원에 적합하지 않은 동물로 꼽히는 코끼리, 호랑이, 돌고래, 영장류 등의 전시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시설이라고 해도 이들에겐 좁은 감옥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쿄=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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