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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면세점 사업 철수… 승자의 저주 본격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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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면세점 사업 철수… 승자의 저주 본격화하나

입력
2019.04.29 19:28
수정
2019.04.29 21:2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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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아 면세점 9월 영업 중단… 지리적 한계ㆍ출혈 경쟁에 1000억 이상 적자

29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일본인 관광객들이 휴가를 즐기고 있다. 지난 27일 시작된 일본의 ‘황금연휴’는 5월 6일까지 열흘 동안 이어진다. 고영권 기자
29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일본인 관광객들이 휴가를 즐기고 있다. 지난 27일 시작된 일본의 ‘황금연휴’는 5월 6일까지 열흘 동안 이어진다. 고영권 기자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던 국내 면세점 시장에서 한화그룹이 철수하기로 했다. 대기업들이 유통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며 신규 허가를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 지 불과 4년 만에 첫 번째 이탈자가 나온 것이다. 주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 감소, 업체간 출혈 경쟁 등으로 면세점 수익 구조가 악화하면서 이른바 ‘승자의 저주’가 본격화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29일 이사회 의결을 통해 오는 9월 ‘갤러리아면세점 63’의 영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면세점 사업을 접는 대신 백화점 사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2016년 178억원의 영업 손실을 낸 후 매년 적자를 거듭해 3년간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한화그룹은 적자투성이의 면세점 사업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2014년 제주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며 면세점 업계에 첫발을 디딘 한화는 2015년 서울 지역에서 15년 만에 허용된 신규 면세점 티켓 중 하나를 거머쥐었다. 당시 면세점 사업에 진출하려는 대기업들이 이른바 ‘면세점 대전’을 벌였고, 그 결과 한화와 함께 신세계, 두산, HDC신라(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 하나투어(SM면세점) 등이 허가를 받았다.

[저작권 한국일보]서울 시내 면세점 현황_신동준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서울 시내 면세점 현황_신동준 기자

한화는 승자가 됐지만 정작 2016년 7월 서울 여의도에 문을 연 ‘갤러리아면세점 63’은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고, 한화그룹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면세점 판매품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화장품을 구매하는 ‘큰 손’은 중국의 다이궁(보따리상)들이다. 짧은 시간에 여러 면세점을 돌며 쇼핑해야 하는 다이궁들은 동선을 고려해 명동 롯데면세점을 중심으로 회현동 신세계면세점, 장충동 신라면세점을 주요 코스로 삼는다.

그런데 갤러리아가 사업권을 획득한 2015년 이후 시내 면세점수가 6개에서 13개(2018년 기준)로 두 배 이상 급증하면서 사업자 간 출혈 경쟁이 시작됐다. 중국발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제재가 터지면서 중국인 관광객도 급감했다. 결국 중국인 관광객만 바라보고 면세점 사업을 확장하거나 신규 진출한 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서울 여의도 63빌딩 내에 있는 `갤러리아면세점 63’. 한화는 오는 9월부로 면세점 사업을 종료한다고 29일 발표했다. 한화갤러리아 제공
서울 여의도 63빌딩 내에 있는 `갤러리아면세점 63’. 한화는 오는 9월부로 면세점 사업을 종료한다고 29일 발표했다. 한화갤러리아 제공

한화의 이번 결정이 다른 기업들의 면세점 사업 철수로 이어지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15년 한화와 함께 사업 허가를 받았던 면세점 사업자 중 HDC신라와 신세계는 최근 영업이익이 늘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하나투어의 SM면세점과 두산의 두타면세점은 최근 3년 누적 적자가 600억원을 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M면세점은 지난 2월 기존 6개 층으로 운영했던 시내면세점을 2개 층으로 대폭 축소했고 두타면세점 역시 최근 영업시간 마감을 기존 오전 2시에서 오후 11시로 앞당긴 데 이어 운영 면적도 9개 층에서 7개 층으로 줄였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2조1,656억원으로, 2조원을 돌파했지만, 면세점 업계에겐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발걸음이 끊긴 유커(단체관광객) 대신 다이궁이 매출을 키웠지만, 면세점마다 다이궁 유치를 위해 대규모 수수료를 지불하느라 출혈 경쟁이 심해졌다. 특히 롯데, 신라, 신세계 등 ‘빅3’ 외에는 수익이 악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해 418억6,000만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고 2015년 1억5,000만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동화면세점은 2016년 12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한 데 이어 2017년에도 약 200억원의 손실을 냈다.

한화는 2020년 말까지 면세점 사업 기간이 남았지만, 오는 9월 영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세관 및 협력 업체와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면세점 영업을 정리할 계획이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 정상화가 조속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새로운 사업 추진을 위한 재원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미래 성장성 확보를 위해 결정한 것”이라며 “비효율 사업은 정리하고 백화점과 신규 사업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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