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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칠하러 가자” 대학가에 부는 샐러드 바람

입력
2019.04.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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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행당동의 한양대에서 후문으로 나서면 100m 이내에 잇따라 문을 연 음식점들이 보인다. 바로 샐러드 전문점이다. 기존에 ‘투고 샐러드’에 이어 한달 전 ‘샐러디’라는 샐러드 전문점이 문을 열었다.

한양대뿐만이 아니다. 대학 근처면 어디서나 2개 이상의 샐러드 전문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샐러드 전문 프랜차이즈인 ‘샐러디’는 서울 신촌의 연세대 앞에 연세대점과 연세대 국제학사점 등 2개를 열었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이화여대 앞에도 같은 지점을 냈다. 투고 샐러드 역시 서울 화양동 건국대 앞에 건국대점과 건대 중문점을 각각 열었다. 투고 샐러드는 전체 체인점 20개 중 16곳이 대학 근처에 있다. 샐러디도 36개 매장 중 9곳이 대학가에 있다.

샐러드 전문점 투고샐러드가 서울 신촌에 운영하는 매장. 주소현 인턴기자
샐러드 전문점 투고샐러드가 서울 신촌에 운영하는 매장. 주소현 인턴기자

이처럼 대학가에 샐러드 전문점이 잇따라 문을 연 것은 대학생들의 식습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과거 대학가에서 값이 싸며 음식을 많이 주는 식당들이 환영을 받았다면 요즘에는 건강식이 각광을 받는다. 특히 여학생들은 살을 빼기 위해 칼로리가 낮은 채소 위주의 샐러드를 선호한다. 또 자취를 하는 일부 학생들은 평소 집에서 먹기 힘든 채소를 일부러 골라 먹기 위해 샐러드 전문점을 찾는다. 한양대에 재학중인 이혜주(23) 씨는 “예전에는 외식이나 배달을 통해 햄버거, 피자 등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먹었다”며 “그러나 요즘은 건강을 챙기기 위해 고칼로리 음식을 피하고 샐러드를 사먹는다”고 말했다.

샐러드는 혼자 사는 사람들의 경우 집에서 챙겨 먹기 힘들다. 온라인 쇼핑이나 마트 등에서 채소를 사면 혼자 먹을 분량만 조금씩 사기 어렵다. 그렇다고 많은 분량의 채소나 과일을 사 놓으면 보관도 힘들고 미처 다 먹기도 전에 상할 수 있다.

샐러드 전문점들은 이를 겨냥해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은 대학가 등에 집중적으로 문을 열고 있다. 서울 신촌 일대에만 규모 있는 프랜차이즈 샐러드 전문점이 5개이며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까지 포함하면 십여 개에 이른다.

샐러드라고 해서 무조건 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샐러드 전문점들이 내놓은 메뉴를 보면 영양을 감안해 채소와 육류, 과일, 건과류, 유제품 등이 고루 섞여있다. 양상추, 로메인, 케일 등의 채소 위에 베이컨, 달걀이나 구운 목살과 차돌박이, 닭다리살, 연어, 새우, 게살 등 다양한 육류와 해물까지 얹는 식이다. 경기대 학생인 김은서 (23) 씨는 “샐러드에 바게트, 모닝빵이나 파스타 등을 추가하면 탄수화물까지 섭취할 수 있어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샐러드 전문점들은 다양한 소스를 개발해 맛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간장, 마요네즈, 발사믹 식초 등 전통적인 샐러드 소스 외에 레몬, 자몽, 파인애플 등을 갈아 넣은 과일즙 등을 소스로 활용해 맛있는 샐러드를 강조하고 있다.

다양한 식재료와 소스가 사용되는 만큼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저렴한 메뉴가 6,000~8,000원이며 비싼 것은 1만원을 훌쩍 넘는다. 학생 식당 메뉴가 3,000~5,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대학생들이 쉽게 사먹기에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만큼 샐러드 전문점의 샐러드는 매일 먹기에 부담스러운 음식이 됐다. 이혜주 (24)씨는 “옛날에는 돈 생기면 기름칠하러 가자며 고기를 먹었는데 요즘은 거꾸로 샐러드 가격이 비싸서 풀칠하러 가자며 샐러드를 먹으러 간다”며 웃었다.

샐러드 전문점에서 주문한 샐러드식. 갖가지 채소 위에 고기나 바게트 등을 얹으면 비타민과 섬유질, 단백질, 탄수화물까지 고루 섭취할 수 있다. 권현지 인턴기자
샐러드 전문점에서 주문한 샐러드식. 갖가지 채소 위에 고기나 바게트 등을 얹으면 비타민과 섬유질, 단백질, 탄수화물까지 고루 섭취할 수 있다. 권현지 인턴기자

대학생뿐 아니라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샐러드가 웰빙 음식으로 꼽힌다. 그만큼 한끼 식사에도 건강을 챙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반증이다. 또 전문가들은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을 쓰거나 모피 의류를 피하는 등 의식 있는 젊은이들의 착한 소비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홍완수 상명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식품업계의 화두 역시 지속 가능한 식생활”이라며 “첨예한 문제 인식을 갖고 있는 대학생들이 지구와 사회의 건강을 함께 지키는 식생활에 동참하는 방식 중 하나로 샐러드 먹기를 택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샐러드 식당을 자주 가더라도 한꺼번에 몰아서 채소를 먹는 것보다 균형 있는 영양 섭취를 위해 매 끼니 적당한 양의 채소를 골고루 먹어주는 것이 좋다는 지적이다.

주소현 인턴기자 digit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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