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한국일보]연근해어업 생산량 추이-박구원 기자/2019-04-29(한국일보)](http://newsimg.hankookilbo.com/2019/04/29/201904291741011619_1.jpg)
#. 지난해 우리나라 연근해(육지에서 가까운 바다)에서 잡힌 ‘살오징어(식용 오징어)’ 어획량은 약 4만6,000톤. 전년(8만7,000톤)보다 47% 급감한 역대 최저였다. 2000년대 초반 연간 22만톤에 달했던 살오징어 어획량은 2004년 북한 해역 조업권을 사들인 중국 어선의 싹쓸이 조업 이후 급감하기 시작했다. ‘금(金)징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오징어값이 뛰자 어민들은 ‘총알오징어(3~6개월 자란 새끼 오징어)’까지 잡아들였고, 온라인에선 ‘총알오징어 요리법’이 유행하기도 했다. 노가리(새끼 명태) 남획으로 2008년부터 동해안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춘 명태에 이어, 또 다른 ‘국민생선’ 오징어마저 생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정부가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어획 규제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이미 정부의 크고 작은 어획 규제 어종은 45종이나 된다. 작년 주꾸미 금어기(일정 기간 어획금지) 신설, 올해 명태 포획 전면 금지에 이어, 내년부턴 일정 몸길이(체장) 이하 오징어ㆍ가자미ㆍ청어를 잡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씨가 말라 가는’ 연근해 어장을 예전으로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내년 1월부터 총알오징어 못 잡는다
해양수산부는 29일 살오징어, 가자미 등 14개 어종에 대한 어획 제한 조치를 담은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6월10일까지 입법예고(내년 시행) 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새끼 오징어 포획 금지다. 지금은 몸통 12㎝ 이하 살오징어 어획이 금지 상태인데, 내년 1월부터 이 기준을 19㎝ 이하로 강화한다. 또 모든 오징어를 잡을 수 없는 ‘금어기’도 한 달 연장(현행 4월1~5월31일→내년 4월1~6월30일)한다. 개정안에는 △20㎝ 이하 가자미 및 청어 포획금지 △삼치 금어기 신설 등도 담겼다.
최근 어획 규제는 날로 확대되고 있다. 2016년 갈치ㆍ고등어ㆍ참조기ㆍ살오징어에 대한 금어기 및 포획금지 체장 규정이 신설됐다. 산란기 남획을 막기 위해 쭈꾸미도 작년부터 5~8월 사이가 금어기로 지정됐다. 올해는 국내산 명태 포획이 전면 금지됐다.
현재 법으로 어획 제한이 가해지는 어종은 45종에 달한다. 1963년부터 시작된 어획 제한은 2016년 15개 어종이 한꺼번에 관리대상 어종으로 편입되며 급증세를 타고 있다.
◇공유지의 비극
정부가 이런 움직임은 수산자원 고갈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90만8,000톤으로, 1973년 이후 44년 만에 처음으로 100만톤 이하가 됐다. 지난해 101만여톤으로 다소 회복됐으나, 여전히 10년 전(2008년 약 129만톤)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는 △과다 조업ㆍ남획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등이 복합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내가 안 잡아도 어차피 다른 어민이 잡는다’는 인식이 과다 조업으로 이어지며 ‘공유지의 비극’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많다. 게다가 넙치 등을 양식할 때 어린 물고기(미성어)를 사료로 쓰는 경우가 많다 보니 남획이 빈번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대형선망으로 어획하는 갈치 중 92%가, 안강망으로 잡은 참조기 중 94%가 미성어였다.
◇수산자원 회복될까
앞으로 어획 규제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해수부는 오는 2022년까지 오징어, 대게 등 관리가 필요한 어종 별로 아예 어획량 한도를 설정하는 ‘총허용어획량제(TAC) 의무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2017년 304만톤에 불과했던 연근해 자원량을 2030년 503만톤까지 회복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중국 어선의 남획 등 우리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운 요인이 많아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다만 전문가들은 규제가 제대로 작동할 감시 시스템도 같이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도훈 부경대 교수는 “1997년 이전에는 수산물이 100% 어항별 위판장을 거쳐 시장에 풀렸는데, 그 이후 사인(私人)간 매매가 허용되며 정확한 어획량 파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어획량 파악부터 제대로 돼야, 어획 규제가 실효성을 지닐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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