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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디토!” 리처드 용재 오닐의 마지막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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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디토!” 리처드 용재 오닐의 마지막 인사

입력
2019.04.29 17:54
수정
2019.04.29 19:2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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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의 다음 목표는 무언가를 정복하는 것이 아니다."음악가로서 커리어를 유지하기 위해 지금의 신체를 어떻게 잘 유지하고 돌볼 수 있을까 고민한다"고 했다. 크레디아 제공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의 다음 목표는 무언가를 정복하는 것이 아니다."음악가로서 커리어를 유지하기 위해 지금의 신체를 어떻게 잘 유지하고 돌볼 수 있을까 고민한다"고 했다. 크레디아 제공

“클래식 음악이 꼭 상업적으로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콘서트에 오신 단 한 분이라도 만족시킬 수 있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습니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41)의 말이다. 그가 2007년 결성한 실내악단 ‘앙상블 디토’는 한국에 ‘클래식계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탄생시켰다. 2009년부터는 국내외 젊은 연주자들과 함께 만드는 실내악 축제인 ‘디토 페스티벌’을 키웠다. 용재 오닐은 “더 많은 티켓을 판매하기 위해서, 더 많은 인기를 얻기 위해서 앙상블 디토를 결성한 건 아니었다”며 “클래식 음악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이를 통해 공감하는 것”이 진짜 바람이었다고 했다. 디토는 18세기 기악곡 ‘디베르티멘토’의 줄임말. ‘동감’이라는 의미처럼, 음악으로 하나 되는 걸 꿈 꿨다는 뜻.

실내악과 젊은 연주자를 한국 청중에게 소개하겠다는 뚝심을 지켜 온 앙상블 디토가 올해로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6월 12~29일 열리는 디토 페스티벌이 용재 오닐과 앙상블 디토의 마지막 시즌이다. 29일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마주한 용재 오닐은 “처음에는 신선했던 아이디어도 시간이 지나면 수명이 다한다”며 “디토라는 신선한 아이디어가 이제 그 여정을 마칠 때가 돼 굉장히 기쁘다”고 말했다.

클래식 음악은 모두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이른바 고급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하는 것일까. 용재 오닐이 앙상블 디토와 함께 한 12년 동안 숙고한 질문이다. 용재 오닐은 중심 잡기를 잘 했다. 그는 “음악으로 사람들을 연결하고 싶어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가려 했다”며 “대중이 원하는 잘 알려진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재능 있는 작곡가를 어떻게 소개할지도 고민했다”고 돌아봤다.

디토는 한국 클래식 음악 환경을 바꿨다. “한국 연주자로 구성된 현악4중주단이 생기고 건강한 음악축제들도 만들어졌어요. 실내악에 대한 대중의 이해와 지지도 높아졌죠. 클래식 음악을 전혀 듣지 않던 새로운 청중을 포함해 다양한 커뮤니티의 관객을 끌어들였다고 생각합니다.” 디토 페스티벌은 국내 누적 공연 횟수 100회를 넘긴 데 이어 해외에도 진출했다. 예술의전당 유료관객 1위(2009) 같은 기록도 세웠다.

리처드 용재 오닐. 크레디아 제공
리처드 용재 오닐. 크레디아 제공

용재 오닐은 이날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올해 축제를 함께 할 멤버들부터 소개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 다니엘 정, 유치엔 쳉, 피아니스트 조지 리, 첼리스트 제임스 김,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등. 용재 오닐은 “저 자신은 특별하지 않지만, 비범하고 특별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음악을 하면서 정말 복이 많다고 느낀다”며 “이 분들이 미래의 제가 가고 싶은 음악가의 길도 이끌어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클래식에 끊임없는 새로움을 더하는 것은 용재 오닐이 꼽는 연주자의 사명. 디토는 올해 2017년 제네바 국제콩쿠르 작곡 부문에서 1위에 오른 한국의 작곡가 최재혁의 작품도 소개한다.

디토를 떠나는 용재 오닐은 활동 무대를 유럽으로 넓힐 계획이다. 그는 ‘디토 페스티벌’의 음악감독으로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몇 년 전 베토벤의 현악4중주 전곡 연주회를 한 뒤, 물리적인 연주를 끝냈어도 음악은 계속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날의 음악과 청중, 공연이 모두 하나가 돼 계속 제게 남아있는 거죠. 디토의 공연이 누군가에게 그런 경험과 기억으로 남았으면 해요. 그게 제 바람입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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