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와 동심은제 삶의 비상구였습니다. 다른 세상으로 연결되는 ‘웜홀’같은 존재였죠.”
가수이자 연기자로 40년을 살아온 김창완(65)씨가 “손주 볼 나이에” 동시집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을 냈다. 생애 첫 동시집이다. 29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를 만났다.
김창완씨는 대중들에게 ‘영원한 피터팬’으로 기억된다. 허례허식 없이 소탈한 모습, 익살스러우면서도 푸근한 미소가 증명한다. 산울림 밴드 시절 ‘산할아버지’ ‘개구쟁이’ 같은, 고전이 된 동요도 만들었다. 김씨는 동심을 제대로 알게 된 것이 “쉰이 넘어서부터였다”고 했다. “’산할아버지’ 같은 동요는 어린이를 위한 노래이긴 했지만, 어른으로서 흥에 겨워 만든 노래였죠. 동심으로 만든 건 아니었어요. 동시를 만나기 전의 저는 ‘결핍’의 상태였습니다.”
김씨는 2013년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에 동시 5편을 발표해 화제가 됐다. 동시집에는 그가 2013년부터 쓴 동시 200편 중 51편이 담겼다. 내용은 가볍지 않다. 인간의 무한한 소유 욕망을 네모 칸을 늘려가는 것으로 표현한 ‘칸 만들기’, 어른들이 아이들을 혼내는 건 자신의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서임을 고백하는‘혼내기’ 등 통찰로 번뜩이는 내용들이 시집을 채운다.
김씨는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아름답기만 할 것’이라는 어른의 편견에 반기를 들었다. “어렸을 때 저를 안아줬던 할아버지의 턱이 기억이 나요. 푸근한 게 아니라 불편했어요. 할아버지의 억센 손뼈도, 꺼칠한 재질의 옷도요. 아이들은 그렇게 다 알아요.” 어른의 눈으로 동심을 재단해선 안 된다는 얘기였다.
김씨는 동심을 정의하는 말로 ‘해방감’을 꼽았다. 투명하게 있는 그대로를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이 동심이라고 설명했다. 방귀 뀌는 소리를 흉내 낸 의성어 ‘방이봉방방’을 책 제목으로 삼은 것도 그런 틀을 깨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민망한 사건을 통해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소통하는 장을 넓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어요. 어른이든 아이든 제 동시집을 읽고 유쾌해지고 해방감을 느꼈으면 합니다.”
김씨는 이번 동시집을 어른들에게 권했다. 특히 가식에 사로잡힌 어른들. “감히 고백하자면, 어른이 돼서 알게 되는 세상은 그리 대단하지도 또 영광스럽지도 않네요. 나이 들면서 얼마나 많은 별들을 잃어버리고, 얼마나 많은 강물을 흘려 보내고, 얼마나 많은 눈을 하잘것없이 지나쳤나요. 아무리 울어도 울음이 그치질 않을 만큼 안타까운 일이죠. 더 어른이 되기 위해서 매일을 살아왔지만 오늘만큼은 우리의 동심을, 내 안의 숨겨진 세계를 다시 만나봤으면 좋겠습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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