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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사제’ 김남길이 지하철 타는 이유… “사람들 속에 섞여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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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사제’ 김남길이 지하철 타는 이유… “사람들 속에 섞여야죠”

입력
2019.04.29 17:02
수정
2019.04.30 07:49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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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열혈사제’ 신부役 열연

‘선덕여왕’ 비담의 변화… “주성치 팬, B급 코미디 좋아해”

촬영하다 늑골ㆍ손목 부상… 영화 ‘해적2’ 고사

29일 SBS 드라마 '열혈사제'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배우 김남길의 휴대전화 수신 대기 음악은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의 '땡큐, 넥스트'였다. 김남길은 "촬영장에서 배우 이하늬가 틈 날 때마다 흥얼거리던 노래"라며 "나도 평소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29일 SBS 드라마 '열혈사제'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배우 김남길의 휴대전화 수신 대기 음악은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의 '땡큐, 넥스트'였다. 김남길은 "촬영장에서 배우 이하늬가 틈 날 때마다 흥얼거리던 노래"라며 "나도 평소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브라질 무술인 카포에라를 배워 몸이 날렵한 조직폭력배를 한 방에 때려눕혔다. ‘주먹 쓰는’ 사내의 특기는 소주 마시고 검사에 ‘버럭’하기다. “오늘도 나랏일하느라 세빠지셨습니다.” 한결같이 불경한 말과 행동은 고약하기 짝이 없다.

최근 종방한 SBS 드라마 ‘열혈사제’에서 신부 김해일 역을 연기한 배우 김남길(38)의 모습이었다. 검은색 사제복을 말끔하게 차려 입은 ‘막장사제’라니. 김남길은 기존 사제의 이미지와 180도 다른, 과격하고 엉뚱한 모습으로 극에 재미를 줬다. 김교석 방송평론가는 “영화 ‘캐리비언의 해적’에서 보여준 조니뎁 같은 반전”이었다고 평했다.

“대사의 반이 애드리브였죠.” 2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남길이 웃었다. 그는 “캐릭터에 빠져 촬영 중 욕을 하도 많이 해 감독님이 쓸게 없다고 푸념을 하시더라”고 말했다.

‘열혈사제’는 ‘영화 ‘극한직업’의 드라마 버전’ 같았다. 사회 권력층의 비리를 파헤치는 자칫 뻔하고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코믹한 캐릭터와 배우들의 시원한 액션 연기로 버무려 웃음을 줬다. ‘열혈사제’는 시청률 부진에 허덕이는 지상파 방송사에서 시청률 20%를 웃돌며 인기를 끌었다.

주성치를 좋아했다는 ‘비담’

김남길은 드라마 흥행을 이끈 ‘웃음 사냥꾼’이었다. 영화 ‘해적’(2014)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코믹 연기가 한결 자연스러워져 이젠 ‘코믹 배우’로 거듭나는 분위기다. 배경이 뭘까. MBC 드라마 ‘선덕여왕’(2009)과 전도연과 호흡을 맞춘 영화 ‘무뢰한’(2015)을 통해 비장미와 쓸쓸함이 도드라졌던 배우는 뜻밖의 말을 꺼냈다. “주성치 팬이에요.” 그는 “어려서부터 B급 코미디를 너무 좋아했다”며 “코미디란 장르도 나와 너무 잘 맞는다”고 말했다.

“데뷔 초엔 양조위(중국 배우 량차오웨이)를 롤모델로 삼았어요. 배우로서 강렬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그 쓸쓸한 이미지가 반복되면서 슬슬 지치더라고요. 그러다 ‘해적’과 ‘열혈사제’로 기회가 왔고요. 두 작품 속 캐릭터가 실제 저와 가까워요. (류승완 감독이 찍은 독립영화인) ‘다찌마와 리’를 좋아했어요. 작품 속 (임)원희 형 캐릭터가 어린 제 마음에 잔상으로 남아 제 코믹 연기에도 영향을 미쳤죠.”

배우 김남길은 SBS 드라마 '열혈사제'에서 액션 연기를 하다 팔에 부상을 당한 채 촬영했다. 비록 몸이 다쳤지만, 그의 극중 액션 연기는 압권이었다. 김남길은 "어려서 태권도를 배운 게 전부"라며 멋쩍어했다. 하지만 그는 중학생 때 100m를 11초에 완주할 정도로 운동 신경이 남달랐다. 삼화네트워크 제공
배우 김남길은 SBS 드라마 '열혈사제'에서 액션 연기를 하다 팔에 부상을 당한 채 촬영했다. 비록 몸이 다쳤지만, 그의 극중 액션 연기는 압권이었다. 김남길은 "어려서 태권도를 배운 게 전부"라며 멋쩍어했다. 하지만 그는 중학생 때 100m를 11초에 완주할 정도로 운동 신경이 남달랐다. 삼화네트워크 제공

탈진해도 촬영장 지킨 ‘악바리’

웃음이 넘쳤던 드라마와 달리 김남길에 촬영은 고난의연속이었다. 그는 액션 장면을 찍다 오른쪽 늑골과 왼쪽 손목에 금이 가는 상처를 입었다. 할 수 없이 1주일 동안 병실에 누워야했다. 영화 ‘판도라’(2016)를 찍은 박정우 감독에 따르면 김남길은 발전소 직원 역을 맡아 재난 장면을 찍을 때 힘에 겨워 탈진을 했을 때도 촬영장을 지켰던 ‘악바리’였다. 김남길은 완쾌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드라마 촬영장으로 향했다. 그는 “방송사는 더 쉬라고 했지만 드라마에 대한 반응이 막 올라오던 시기라 결방을 해 찬물을 끼얹고 싶진 않았다”고 했다. 이 부상으로 김남길은 오는 6월 첫 촬영을 앞둔 ‘해적’의 후속편 ‘도깨비 깃발’ 출연을 고사했다.

김남길은 배역에 몸을 사리지 않기로 유명하다. 2003년 MBC 공채 탤런트 출신인 그는 동성애를 다룬 영화 ‘후회하지 않아’(2006)에 출연해 다양한 삶을 연기했다.

그는 “카메라에 숨으려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배우지만 평소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에 발을 딛고 서야 ‘사람 냄새’ 나는 연기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경기 용인에 산다는 김남길은 집에서 서울로 나올 때 지하철을 타곤 한다. 그는 “마스크를 쓰고 지하철을 타는데 막상 마스크를 벗어도 못 알아보더라”며 “관객과 시청자는 우리 주변에 사는 사람과 그들의 삶의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배우로서 사람들 안에 섞여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배우로서의 지론을 들려줬다. 올해로 연기 생활 16년 차에 접어든 그가 요즘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은 “들뜨지 말자”다.

“‘선덕여왕’ 끝나고 전 아시아로 뻗어 나갈 줄 알았어요. 미국 할리우드에서 연기해 남우주연상을 받는 꿈을 꿨고요. 그렇게 들떠 있다 내려와 보니 주위가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내가 아닌 관계를 생각하게 되고요. 예전엔 책상에 ‘역사는 첫번째 말을 기억한다’는 문구 적어 놓고 힘주며 살았죠. 이젠 달라요, 하하하.”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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