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머리에 항공점퍼를 즐겨 입는 멋쟁이 초보아빠. 육아ㆍ가족 관련 이야기를 다루는 유튜버 ‘무파사’(이학석ㆍ32)는 2030세대에겐 ‘육아계의 백종원’으로 통한다. 그는 신혼부부, 초보부모들이 겪는 부부 간 고민과 육아 고충을 젊은 세대 언어로 풀어내 유튜브 시작 2년 만에 약 22만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전문가처럼 고민 상담으로 지식을 뽐내는 게 아니다. 예방접종 시키기, 첫 돌 치르기, 아침 먹이기 등 자신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며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식이다. 중간 중간 튀어나오는 너스레 섞인 농담도 인기의 비결이다. 2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이씨를 만났다.
이씨의 주 구독자는 20~30대 미혼 여성이라고 한다. “실제 애를 키우는 부모들은 육아에 바빠 남의 아이까지 볼 여력이 없는 것 같다”는 게 이씨 나름의 분석이다. “거칠게 생겼지만, 마음은 여린 초보아빠거든요. 겉모습과 달리 살뜰하게 가족을 챙기는 모습이 젊은 사람들 눈에 신기해 보일 수도 있고요. 어떤 사람들은 제 유튜브를 보면서 자신의 미래 결혼 생활을 상상해보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이씨는 뷰티 유튜버 ‘다영’으로 활동 중인 아내의 제안으로 2017년 6월 ‘도담이 키우기’라는 채널을 열었다. 목수 일을 하다가 임신 중인 아내를 외조하기 위해 일을 그만 둔 직후였다. 아내의 임신과 출산 과정만 담으려 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웠다. 당시엔 육아 관련 채널이 드물었고, ‘아빠의 시선으로 본 출산과 육아’라는 주제가 신선했던 것이다.
지난해 5월 그는 소재를 ‘육아’에서 ‘가족’으로 확장했다. 부부의 일상과 젊은 아빠의 고충을 다루기 시작했다. 아이가 대중에 자주 노출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도담이가 하고 싶지 않을 때 그 소재를 내려놓을 수 있도록 안전장치가 필요했다”며 “아이 중심이 아닌, 아빠인 나의 이야기를 다루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빠로서 그의 바람은 “아이가 특별한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갈 정도로 크면 아이가 나오는 영상 제작을 중단하거나, 불가피할 경우 모자이크하는 방식으로 노출을 줄일 계획이라고 했다. “도담이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리겠지요. 구독자 수가 반토막이 날지도 모르겠지만, 아이가 행복한 게 우선이니까요. 그래도 가족의 일상, 아빠의 모습이라는 기본 정체성은 유지하려고 합니다.”
최근 유튜브에 육아·가족 관련 채널이 부쩍 늘었다. 두 명의 아이를 키우는 28세 싱글맘 이야기를 다루는 ‘하늬TV’나, 20대 동거커플이 등장하는 ‘같이사는사이’가 대표적이다. 이씨는 가족 콘텐츠가 늘어나는 이유를 “1인 가구의 증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결혼율은 떨어지고,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은 가족관계에서 오는 따뜻한 감정들을 느낄 기회가 점점 없어지거든요. 영상을 통해 아이가 주는 행복감, 가족 간의 유대감을 간접적으로 즐기는 거죠. 구독자가 늘어나는 건 좋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사회현상이 씁쓸하기도 해요.”
이씨는 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대중에 스며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구독자가 많은 스타 유튜버가 아니라, 이웃처럼 공감대가 많은 유튜버가 되고 싶다”며 “특정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콘텐츠, 사랑이 깔려 있는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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