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낙관론에 정책 기조 전환도 시사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재벌ㆍ대기업 중심의 산업 육성전략도 과감하게 추진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문재인 정부의 집권 철학과는 결을 달리하는 정책 기조의 전환이다. 문 대통령은 “경제성장률이 1분기의 부진을 극복하고 2분기부터 점차 회복돼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라며 경제 낙관론도 거듭 제시했다. 마이너스 성장의 공포가 덮치면서, ‘경제는 심리’라는 판단에 따라 앞장서 낙관론을 전파하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ㆍ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고꾸라지는 듯한 우리 경제의 성장 지표를 반전으로 이끌 핵심으로 ‘선도형 경제’로의 체질 전환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경제 체질과 생태계 혁신을 위한 △데이터 △인공지능 △수소경제 △5G(세대) 등의 4대 플렛폼 경제와 바이오 헬스ㆍ스마트 공장ㆍ스마트팜ㆍ핀테크ㆍ드론 등 8대 선도산업 육성 전략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는 선도형 경제로 전환을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며 “더욱 속도감 있게 산업전반을 혁신시켜 우리 경제가 새롭게 변화하고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그간 거리를 둬왔던 재벌ㆍ대기업 중심의 산업육성전략을 펴나가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우선 “시스템 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분야를 중점 육성산업으로 선정하여 우선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며 “이들 분야가 우리 경제의 신성장동력 3대 기둥이 되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제2의 벤처붐 조성에 특별히 역점을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스템 반도체(삼성) 바이오헬스(셀트리온) 미래차(현대차) 등 신성장동력 3대 분야가 재벌ㆍ대기업에 편중됐다는 지적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민간투자가 살아나야 경제활력이 생긴다”며 “최근 SK하이닉스가 용인반도체 클러스터에 120조, 삼성이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은 국가경제를 위해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기업과의 적극적인 현장소통을 통해 투자애로를 적극적으로 해소하고 새로운 기업투자프로젝트를 발굴하여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놓인 상황의 절박함을 연신 강조했다. 특히 대외적으로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빼놓지 않았다. 대내적으로도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등 투자와 수출, 소비, 삼박자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인정했다.
다만 정부ㆍ여당의 책임을 온전히 끌어 안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정부 역시 더 큰 책임감과 비상한 각오로 경제활력 회복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정치권의 대립과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서 매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ㆍ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등을 위한 입법 지연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탄력근로제 시행이 연기돼 있는 등 드러난 경제지표 부진의 원인가는 거리가 먼 지적이다. 오히려 “엄중한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국민의 바람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언급에서 드러나듯, 국론 통합을 앞세워 국정 동력을 회복하겠다는 바람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