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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홍준표와 유시민의 ‘유쾌한 맞짱’

입력
2019.04.29 18:00
수정
2019.04.29 19:0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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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말 이 난에 ‘홍준표와 유시민이 맞짱 뜨면’이란 글을 썼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정치 재개를 선언하며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를 출시, 1주일 만에 구독자가 10만명을 넘고 방문자가 200만명에 달하는 대박을 쳤다는 소개로 시작했다. 이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반지성적인 혹세무민 뉴스를 바로잡기 위해 어용지식인이 되겠다”며 재단 명의의 유튜브 채널을 ‘정복’하겠다고 말한 내용도 소개했다. 요지는 보수와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논객이 비슷한 시기에 복귀하니 맞짱 토론을 기대한다는 것이었다.

□ 예고대로 유 이사장은 1월 초 ‘알릴레오’ 채널을 개설해 첫날 구독자가 20만명을 넘고 방문자도 70여만명에 달하는 기록을 세웠다. 3월 말 기준 구독자수는 70만명을 넘어 보수ㆍ진보 통틀어 정치채널 1위다. 홍카콜라(6위)는 성장세가 주춤해 25만명 정도지만 상위 정치채널 10개 중 9개가 보수 성향인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위세다. 그런 만큼 사소한 신경전도 있다. 얼마 전 중앙선관위가 홍 전 대표는 정치인으로, 유 이사장은 비정치인으로 구분해 다른 후원금 잣대를 들이대자 홍 전 대표는 “홍카콜라 탄압”이라고 발끈했다.

□ 넉 달 전 기대했던 두 사람의 맞짱이 조만간 실현될 모양이다. 다양한 노무현 10주기 행사를 기획해 온 재단이 알릴레오와 홍카콜라가 공동 주관하는 토론을 제의해 긍정적 답변을 얻어서다. 홍 전 대표는 “주관은 공동이지만 중계는 각자 채널로 한다”며 “이 토론이 정쟁을 벗어나 암담한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생산적인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도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자주 만나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합의가 없어도 공감하는 것이 한두 가지만 있어도 생산적 대화”라고 거들었다

□ 토론 방식과 의제, 일시 등 협의할 것이 많지만 “생각만 해도 재밌다”는 사람이 많다. 보수 투사와 진보 논객을 자임하는 최고 입담꾼이 벌이는 생생한 정치쇼이니 말이다. 이준웅 서울대 교수는 “지식분자들이 이념과 가치를 둘러싼 토론을 기피하는 현실에서 이 같은 좌우 합작 프로젝트가 무르익는 것은 의미심장하다“고 평가했다. 최근 홍 전 대표는 ‘문재인 STOP’을 외치는 자유한국당의 전투력에 연일 박수를 보내고 있다. 반면 유 이사장은 문재인 2년에 ‘포괄적 합격’ 판정을 내렸다. 벌써 전운이 감돈다.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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