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냥’ 영상 확산에 수의사 “영역동물 고양이는 산책보다 집에 수직공간 마련하는 게 나아”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고양이 산책’에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했다. “고양이와 개는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고양이수의사회 대외협력이사인 나응식 수의사는 지난 24일 유튜브 채널 ‘냥신TV’에 올린 영상을 통해 고양이 산책의 위험성을 전했다. 나 수의사는 “한마디로 고양이 산책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나 수의사는 “호기심이 많은 거랑 바깥에 나가고 싶어하는 걸 같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며 “고양이는 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개와 고양이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우선 “개는 산책을 통해 본능적인 걸 해소할 수 있다. ‘노즈워크’라고 해서 후각적인 걸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반면) 고양이는 놀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수직 공간에서 안전하게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왜 굳이 고양이를 데리고 나가서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지 진짜 묻고 싶다”며 “’아이가 밖에 나가고 싶어하는데 산책을 시켜야 하나요’라고 물어본다면 ‘왜? 굳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11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한 고양이 전문 유튜브 채널 ‘22똥괭이네’ 운영자도 지난 18일 영상을 통해 “정말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고양이는 산책이 가능한 동물이 아니다”라며 “극도로 예민한 영역동물이기 때문에 영역에서 벗어나는 걸 싫어하는 아이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운영자는 “고양이를 산책시키다 잃어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고양이는 굉장히 예민한 동물이기 때문에 놀라면 펄쩍 뛰는 건 기본이고 하네스(가슴줄)도 다 풀어버리고 도망간다”고 전했다. 운영자는 고양이 몸이 굉장히 유연하기 때문에 극도로 놀란 상황에서는 어떤 하네스라도 빠져 나가는 게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극소수의 아이들은 산책을 즐기기도 한다. 아주 가끔씩 있기는 한데 정말 말 그대로 극소수”라며 “대다수는 즐기지도 않고 굳이 나가기에는 산책의 위험성이 크다. 그래서 산책을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집에서 수직공간을 좀 더 늘려준다든지 열심히 놀아준다든지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에는 ‘산책냥’이라는 키워드로 고양이를 산책시키는 영상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이 같은 영상을 두고 ‘고양이 산책이 위험하다’는 의견과 ‘고양이도 산책을 좋아한다’는 의견이 맞서며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고양이수의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재영 수의사는 29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영역동물인 고양이는 다른 냄새가 많은 공간에 가면 불안감이 훨씬 크다”며 “영역동물은 자기 냄새가 가장 많은 곳을 보금자리, 안식처라고 생각한다. 이런 본성에 위배되기 때문에 산책 자체가 위험하다”고 말했다.
김 수의사는 또 “인간이나 개는 평지에서 수평운동을 하면서 생활하지만 고양이는 수직운동을 주로 하는 동물”이라며 “고양이는 타고난 등산가에다 영역동물이므로 집안에 캣타워나 캣워크 등 수직공간을 많이 만들어 줄수록 생활 영역이 더욱 넓어져 좁은 공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도심은 집고양이가 마음대로 돌아다니기엔 위험한 요건이 많아 안전한 장소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라며 “교통사고로 인한 로드킬, 외부 기생충 감염, 전염병, 다른 고양이나 개와의 싸움 등 항상 뜻밖의 상황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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