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권 대표 체육ㆍ문화복합공간 건설 필요
재원 절감ㆍ한밭운동장 주경기장 존치 대안 마련
충청 연고 한화그룹 과감한 투자도 기대
박용갑(62) 대전 중구청장은 지역 정계의 산증인이다. 대전 정치 현장에서 내공을 쌓은 이력이 어느덧 40년을 헤아린다. 대전에서 유일한 3선 구청장이다.
이런 그가 지금 노심초사 중이다. 새 야구장(가칭 베이스볼 드림파크) 신축. 지난해부터 대전을 뜨겁게 달군 이 화두를 제대로 풀어내야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그에게 새 야구장 신축은 대전 원도심 부활의 중대 변곡점으로 다가섰다. 희망을 그리면서도 한편으론 밀려드는 절박감을 추스리고 있다.
새 야구장 입지 선정을 둘러싼 갈등이 가라앉자, 이번엔 건설방식 등에 대한 의견이 갈려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원도심 활성화와 연계한 각계의 대응 방안 모색도 활발하다. 대전시는 이르면 7월 새 야구장 신축과 관련한 용역 결과를 내놓는다.
이런 현실의 중심에선 박 구청장을 25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마치 프리젠테이션을 하듯이 돔구장을 만들어야하는 당위성과 구체적인 전략, 그리고 원도심 활성화까지 염두에 둔 치밀한 구상을 쏟아냈다. 야구장 신축을 지렛대 삼아 30년 묵은 ‘원도심의 한’도 떨궈내겠다는 의지가 인터뷰 내내 차고 넘쳤다.
-한밭운동장 일대에 들어설 새 야구장은 돔구장으로 지어야한다고 역설하는 이유는.
“이른바 ‘100년 대계’를 염두에 둬야 한다. 그 이유는 숱하다. 지구환경은 갈수록 악화한다. 미세먼지도, 폭염도 그렇다. 돔구장은 비가 내려도, 겨울에도 이용할 수 있다. 선수는 물론 야구팬을 위해서도 돔구장이 맞다. 그래서 부산도 돔구장 건설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거 아닌가. 대전에 중부권 최초로 돔구장이 들어서면 원정응원단 유인에도 훨씬 유리할 것이다. 외지인이 야구를 즐긴 뒤 대전 숙박으로 이어지면 지역경제에도 시너지이다. 또 야구가 없는 날에는 충청권에서 가장 큰 문화예술 공연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돔구장은 건설비가 막대해 대전시가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는데.
“고척돔 건설비가 3,504억 원이다. 이 가운데 토지매입비와 교통 인프라 투자비를 제외하면 순수 건축비는 1,948억 원이다. 우리는 땅이 있고, 도로도 있다. 대전시가 이미 1,36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으니 여기에 600억 원 정도만 더하면 돔구장 건설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고척돔은 지난해 흑자가 62억 원에 이르는 등 3년 연속 흑자다. 준공 목표를 2년 가량 늦추더라도 미래를 내다보고 과감하게 돔구장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
-그래도 대전시 형편으로는 적지않은 재원인데, 예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투입하면서 돔구장 건립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일각에서 돔구장을 건립하려면 적어도 4,000억 원이 필요하다며 걱정한다. 이 주장의 근거는 입지로 거론한 한밭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을 헐면서 드는 이전비 부담이 핵심이다. 주경기장을 옮겨 새로 지으려면 줄잡아 2,700억 원이 필요하다는 계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을 짚어보고, 발상을 전환하면 대안을 찾을 수 있다. 대전을 상징하는 60년 역사의 한밭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을 존치해 육상인의 걱정을 덜고, 재원 부담도 확 줄이면서 새 야구장을 신축할 수 있는 길이 있다.”
-그렇다면 그 새로운 발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주경기장과 충무체육관을 제외한 나머지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수영장, 다목적체육관, 축구보조경기장 등이 있는 일대에 돔구장을 신축하자는 것이다. 수영장 등 사라지는 시설은 돔구장 지하에 배치하면 된다. 다목적체육관 뒷편 등지에 인접한 노후주택가를 매입하면 돔구장 부지는 적절히 확보할 수 있다. 주경기장 이전 건립에 드는 재원에 비해 훨씬 적은 예산으로 감당할 수 있다. 이참에 보문오거리에서 청란여고 입구까지 이어지는 인접도로도 6차선으로 확장하면 돔구장 접근성도 크게 개선하는 잇점이 뒤따른다.”
-한화 이글스 구단에서도 돔구장에 대한 기대감을 직간접적으로 표명하고 있는데.
“한화는 우리 충청을 대표하는, 우리 충청인이 가장 애정을 가진 기업이다. 한화 역시 새 야구장 신축에 대해 기대와 함께 애착을 갖고 있을 것이다. 100년 대계를 내다보는 새 야구장에 대한 한화의 과감한 투자를 기대한다. 이런 기대는 충청인 모두의 바램일 것이다.”
-새 야구장과 연계해 기대하는 원도심 부활의 희망은 어떤 전략으로 실현하려는가.
“우선 야구장 접근성을 개선해 유동인구를 늘리고, 상권도 되살리는 방안을 들 수 있다. 중앙로 지하상가를 확장해 야구장과 연결하는 구상이 그 첫 번째이다. 대종로 지하 200m에 296억 원을 들여 2022년까지 원도심 소상공인 상생주차장을 조성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하 650m만 더 파면 중앙로와 새 야구장이 연결된다. 이 지하 공간에 먹거리 부스를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대전역에서도 지하상가를 통해 야구장까지 걸어서 15분이면 연결된다. 돔구장은 쇠락한 상권을 되살리는 또 하나의 단초이다.”
-대중교통 접근성 향상과 더불어 야구장 주변의 교통혼잡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은 있는가.
“도시철도 1호선 서대전네거리역과 인접한 서대전시민공원에 지하 3층 규모의 환승주차장을 건설하는 복안을 갖고 있다. 광역철도망 구축사업까지 마치면 서대전네거리역은 이용객이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환승주차장은 서대전 일대의 주차난 해소와 더불어 승용차를 이용하는 야구팬의 주차 유도를 통해 야구장 주변의 교통체증도 덜 수 있다. 지하 15m 이상 깊이로 들어서는 환승주차장은 재난 위기 때 대피시설로도 활용할 수 있다.”
-새 야구장 신축을 전기로 주변부의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도 필요한데.
“대전시는 이미 2,000억 원을 들여 보문산 일원을 체류형 관광단지로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허태정 시장과 손잡고 야구장 인접 보문산 일대를 관광벨트화, 원도심 활성화의 기폭제로 삼을 생각이다. 곤돌라를 만들어 야구장 바로 옆 대사지구부터 오월드와 뿌리공원까지 오가도록 하는 구상을 시에 제안했다. 대전시도 물론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보문산에 타워를 건설하는 아이디어도 이미 내놓았다. 특정시간에 종소리가 울려퍼지는 시설 등으로 보문산에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옷을 입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인터뷰=최정복 대전본부장 cj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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