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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핌 포르퇴인 숨지다(5.6)

입력
2019.05.06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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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우파 포퓰리스트 정치인 핌 포르퇴인이 2012년 오늘 피격당해 숨졌다. 모순적인 정치 노선 탓에 '포르퇴이니즘'이란 용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네덜란드 우파 포퓰리스트 정치인 핌 포르퇴인이 2012년 오늘 피격당해 숨졌다. 모순적인 정치 노선 탓에 '포르퇴이니즘'이란 용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네덜란드의 우파 포퓰리스트 정치인 핌 포르퇴인(Pim Fortuyn)이 2012년 5월 6일 한 환경ㆍ동물권 옹호단체 활동가의 총에 맞아 숨졌다. 그는 2002년 2월 ‘핌 포르퇴인 당(LPF)’을 창당해 한 달 만에 로테르담 시의회 선거에서 의석 36%를 차지하며 2차대전 이래 노동당 독주 체제를 멈추게 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피격 당시 네덜란드는 하원 총선을 앞두고 있었고, 그의 사후 LPF는 총 150석 중 26석(17%)를 차지하며 연정이 깨지기까지 약 1년 동안 기독민주당 등과 권력을 나눠 갖기도 했다. 만일 숨지지 않았다면, 그도 유럽 우경화의 한 축을 형성했을 것이다.

사회학자인 그는 대학에서 마르크스 사회학을 가르쳤고, 그의 첫 정당은 노동당이었다. 2001년 중도 신생 정당인 ‘Livable Netherlands Party’의 당수 선거에 출마했지만, 한 인터뷰에서 노골적인 이슬람 혐오 차별 발언을 해 후보 자격을 박탈 당했다. 그 직후 창당한 게 자신의 이름을 담은 LPF였다. 문제가 된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이슬람을 퇴행적 문화라 여긴다. 여러 나라를 여행해봤지만, 이슬람이 지배하는 곳은 어디든 끔찍했다. 다들 위선적이었다.(…) 그들의 이상과 표준은 너무 아득해서 인간으로서는 결코 지킬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무슬림 이민을 끝장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차별을 금하는 네덜란드 헌법의 특정 조항을 폐지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그 조항이란 법 앞의 만인의 평등을 규정한 헌법 1조를 지칭하는 거였지만, 이후 그는 증오 선동을 금지한 형법 137조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그는 프랑스 장 마리 르펜과 같은 극우 정치인과 나란히 놓이는 걸 불쾌해했고, 스스로를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처럼 중도 우파라 여겼다. 그리고 네덜란드 노동당 출신 총리를 지낸 사민주의자 에드문트 슈토이버와 미국 민주당 출신 대통령 존 F. 케네디를 존경한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성 지향을 드러낸 동성애자였고, 당연히 동성혼을 적극 지지했다. 대마초 등 네덜란드의 약물 정책과 안락사에도 우호적이었다.

그의 사후 ‘포르퇴이니즘(Fortuynism)’이란 정치 용어가 만들어졌다. 그 의미는 여전히 모호하고 모순적이지만, 대체로 자유주의와 포퓰리즘, 민족주의의 혼종을 지칭한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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