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화재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
지난해 12월 서울 강동구 천호동 성매매업소에서 3명을 숨지게 한 화재가 1층 연탄난로 주변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결론 내려졌다. 다만 정확한 화재 원인은 끝내 미궁으로 남았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유관기관과 합동감식을 벌인 결과 화재 현장에서 인화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는 등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29일 밝혔다. 화재 당시 성매매업소의 2층 창문이 시멘트로 발라져 있어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건축법이나 소방법 등 위반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그림 2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력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 24일 오전 서울 강동구 천호동 성매매업소 화재 현장에서 2차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최초 발화 지점이 1층 홀의 연탄난로 주변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정확한 화재 원인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한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소방당국의 ‘화재현장 조사서’도 같은 결론이다. 서울 강동소방서는 국과수가 난로 주변에서 전기배선, 형광등을 수거해 감식한 결과 일부 단락흔(전선이 끊어진 흔적)이 나타나 합선 등 전기적 원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이 있지만, 단락흔은 화염에 의해 생길 수도 있어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한 결과 화재 전후로 외부인의 출입이 없었고 유류 등 방화로 의심할 만한 정황도 발견되지 않아 방화 역시 발화 원인에서 배제됐다.
업소 종업원이 “화재 발생 2시간 전인 오전 9시쯤 연소 중인 난로 주변에 수건을 널었다”고 진술했고, 난로 주변에서 불에 탄 수건 조각들이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난로의 열이 수건에 옮겨 붙어 번졌을 가능성도 검토됐지만 이 역시 명확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화재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일대 업소를 총괄 관리하던 업주 박모(50)씨를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25일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 박씨의 지시를 받고 업소를 관리해 온 운영자 15명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다.
지난해 12월 22일 발생한 화재로 업소 관리자 박모(50)씨와 종업원 김모(29)씨 등 3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1층 내부에서 시작된 불은 16분 만에 완전히 꺼졌으나, 화재 당시 계단으로 화염이 뿜어져 올라왔고 다른 비상 탈출구가 없어 인명 피해가 컸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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