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햄프셔주 캐넌마운틴(해발고도 1,240m)의 돌출된 화강암벽 형상이 영락없는 사람의 옆모습이라는 기록이 1800년대 초 그 지역 지형ㆍ지질조사팀 보고서에 처음 등장한다. 그 형상이 무척 그럴싸했던지, 두 차례 미 국무장관과 재무장관을 지낸 뉴햄프셔 출신 정치인 대니얼 웹스터(Daniel Webster, 1782~1852)가 그 바위를 소개하는 어떤 글에 “전지전능한 신이 자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는 증거로 그 바위를 만들었으리라”고 썼다고 한다.
작가 너새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 1804~1864)이 단편소설 ‘큰바위얼굴(The Great Stone Face)’(1850)의 모티프를 저 바위에서 얻었다는 설은 설득력이 있다. 그는 뉴햄프셔 바로 윗동네인 매사추세츠에서 나고 자랐고, 뉴햄프셔 여행 중 폴리머스에서 숨을 거두었다.
93번 주간 고속도로에서도 훤히 보였다는 그 바위는 당연히 미국의 명물이었지만, 특히 주민들에겐 웹스터의 저 글이 말해 주듯 ‘토템(Totem)’처럼 신성하고 소중한 존재였다. 바위는 1945년 이래 주의 모토인 ‘자유 아니면 죽음을(Live Free of Die)’이란 문구와 함께 공식 엠블럼의 아이콘으로 주의회나 법원 정문에 새겨졌다. 자동차 번호판과 도로 표지판 등에도 바위의 형상이 담겼다.
빙하에 얼고 녹고 부서지고 갈라지면서 생성된 만큼, 그 형상은 날씨에 취약했다. 이마 부위의 균열이 커져 1920년대에 금속 체인으로 보수를 했고, 1957년에는 2만5,000달러를 들여 20톤의 속경(速硬)시멘트와 플라스틱 덮개, 콘크리트 홈통 등을 설치해 눈ㆍ비 방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산 노인(Old Man of the Mountain)’이라고도 불리고 호손의 소설 제목처럼 ‘큰바위얼굴’이라고도 불리던 바위는 2003년 5월 3일 자정부터 새벽 2시 사이 붕괴했다. 주민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추도의 꽃을 들고 현장을 방문한 이들도 많았다고 한다.
복제품을 달자는 제안, 주기(州旗)에 형상을 남기자는 제안 등이 줄을 이었다. 1주기인 2004년 5월 산노인유산기금(OMMLF)이 만들어졌고, 지금도 이런저런 추모의 아이디어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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