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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천문시계 ‘혼개통헌의’ 보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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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천문시계 ‘혼개통헌의’ 보물된다

입력
2019.04.29 10:58
수정
2019.04.29 19:2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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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제작한 천문도구

보물로 지정예고된 조선의 천체 관측기구 혼개통헌의. 문화재청 제공
보물로 지정예고된 조선의 천체 관측기구 혼개통헌의. 문화재청 제공

18세기 조선에서 제작된 해ㆍ별시계 통합 천체 관측기구 ‘혼개통헌의’가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정조 11년 때인 1787년 실학자 유금(1741~1788)이 만든 조선의 천문시계 혼개통헌의를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29일 밝혔다.

혼개통헌의는 중국을 통해 전래된 서양의 천문시계 ‘아스트롤라베’를 조선식으로 만든 기구다. 동아시아에서 제작된 유일무이한 천문 도구로 알려져 있다. 1930년대 일본인 도기야(磨谷)가 대구에서 구입해 일본으로 반출했다가 2007년 국내로 환수됐다.

혼개통헌의는 원반형의 모체판과 T자 모양의 성좌판으로 구성돼 있다. 모체판은 별의 위치와 시간을 보여주는 기능을, 성좌판은 별의 관측지점을 알려주는 기능을 한다. 밤 시간에 특정한 별을 관찰하는 ‘규형’, 별의 고도를 확인하는 ‘정시척’도 함께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는 모체판과 성좌판만 남아있다.

모체판 앞면 중심에 하늘의 북극을 상징하는 구멍을 뚫고 핀으로 성좌판을 끼워 회전하도록 만들어졌다. 외곽을 24등분 해 맨 위에 시계방향으로 시간을 새겼고, 바깥쪽부터 남회귀선, 적도, 북회귀선의 동심원, 위쪽에 지평좌표원을 새겼다. 성좌판은 하늘의 북극과 황도(黃道) 상의 춘분점과 동지점을 연결하는 형태로 제작됐다. 뒷면 윗부분에는 ‘북극출지 38도(北極出地三十八度)’라는 위도를 새겼는데, 이는 서울(한양)의 위도인 37.5도에 해당한다.

혼개통헌의 사용 예시. '견우별' 위치를 알고 싶을 경우 정시척으로 별의 각도(50°)를 잰 후 성좌판을 중심에서 시계방향으로 50° 돌리면 별의 위치는 남서쪽, 절기는 소서, 현재 시각은 새벽 4시임을 알 수 있다. 문화재청 제공
혼개통헌의 사용 예시. '견우별' 위치를 알고 싶을 경우 정시척으로 별의 각도(50°)를 잰 후 성좌판을 중심에서 시계방향으로 50° 돌리면 별의 위치는 남서쪽, 절기는 소서, 현재 시각은 새벽 4시임을 알 수 있다. 문화재청 제공

모체판 앞뒷면에는 제작자와 제작시기를 적은 문자가 새겨져 있다. ‘건륭 정미년에 약암 윤선생을 위해 만들다(乾隆 丁未爲約菴 尹先生製)’라는 명문과 ‘유씨금(柳氏琴)’이라는 인장이다. 유금이 약암(約菴)이라는 호를 쓴, 실명은 알 수 없는 윤선생을 위해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유금은 학술, 예술, 과학사에 능했던 실학자다. 그가 모체판과 성좌판에 새긴 별자리는 중국의 ‘혼개통헌의’를 바탕으로 했다. 그러면서도 조선 실정에 맞게 별을 따로 그려 넣고 혼개통헌의의 실수를 바로 잡는 등 독자적 연구도 빼놓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서양 천문학과 기하학을 이해하고 소화한 조선 지식인들의 창의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실례”라며 “제작 원리와 정밀도에 있어서도 18세기 조선의 수학과 천문학 수준을 알려준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문화재청은 ‘이민문 필 강산무진도’ ‘신편유취대동시림 권9~11, 31~39’ ‘고창 선운사 참당암 석조지장보살좌상’ 등 6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 했다. 문화재청은 혼개통헌의를 비롯한 유물 7건에 대해 30일간의 의견수렴 기간과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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