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들이 지방자치단체 금고를 유치하고자 매년 1,5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지자체에 쏟아붓는 것으로 확인됐다. ‘협력사업비’라 불리는 이 돈은 결국 금융소비자인 국민과 기업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어서 지나친 출혈경쟁이란 비판이 나온다.
28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ㆍ국민ㆍ우리ㆍ하나ㆍ농협ㆍ기업ㆍ부산ㆍ대구ㆍ경남ㆍ광주ㆍ전북ㆍ제주은행 등 12개 은행이 지자체 금고지정 입찰 과정에서 지출한 돈은 모두 1,500억6,000만원이다.
지자체 금고지정 제도는 지자체가 자금 관리와 운용 등을 위해 계약 형태로 금융기관을 지정하는 것으로, 금고를 맡는 은행은 지자체 자금을 운용해 나오는 투자수익의 일부를 협력사업비로 출연한다. 이는 은행에 금고를 맡긴 대가로 지자체에 제공하는 ‘리베이트’ 개념이다.
은행 중 작년 가장 많은 협력사업비를 낸 곳은 533억4,000만원을 출연한 농협이다. 농협은 2016년(508억1,000만원)과 2017년(558억5,000만원)에도 500억원 넘게 협력사업비를 썼다.
최근 3년 사이 협력사업비를 부쩍 늘린 곳은 기업은행과 경남은행이다. 기업은행은 협력사업비로 2016년 47억4,000만원을 썼고, 지난해에는 2년 사이 13.8% 증가한 54억원을 지출했다. 경남은행은 같은 기간 협력사업비가 20억5,000만원에서 45억4,000만원으로 두 배가 됐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2,348억원)의 4.1%에 해당하는 96억7,000만원을 지자체에 제공했다.
이들 12개 은행이 협력사업비 명목으로 금고 입찰에 들인 돈은 2016년 1,528억6,000만원, 2017년 1,510억원 등 매년 1,500억원을 넘긴 것으로 파악된다.
은행들 사이에 과도한 출혈경쟁이 이어지자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새로운 지자체 금고지정 평가 기준을 마련했다. 협력사업비를 미끼로 한 경쟁을 제한하고자 100점 만점 평가 기준에서 협력사업비의 배점을 기존 4점에서 2점으로 줄이는 등 변화를 줬다. 행안부는 또 입찰에 참여한 금융기관의 순위와 총점까지 모두 공개함으로써 투명성을 강화했으며, 금고 선정에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를 도입하는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이태규 의원은 “은행들의 영업활동에서 협력사업비 명목으로 현금성 지원이 이뤄진다면 그 관행 자체가 공정경쟁과 투명성 차원에서 적절한지 판단이 필요하다”며 “지자체 금고 선정은 지자체 경제 기여에 부응하면서도 공정성과 투명성을 갖춰야 하고 그 운용실적도 납세자인 지역주민에게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