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회계자료의 조직적 은폐ㆍ조작를 지휘한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임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증거 인멸이 삼성그룹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확인된다면, 분식회계 역시 그룹 차원에서 이뤄졌을 개연성이 높아지는 의미로 해석된다.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검찰의 칼날이 삼성그룹 수뇌부를 향할지 주목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전날 삼성전자 상무 A씨를 증거인멸 등 혐의로 소환했다. A씨는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분식회계 관련 회계자료와 내부 보고서 등을 삭제할 당시 현장을 찾아 직원들의 노트북과 휴대전화 등을 뒤지고 문제 소지가 있는 기록을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직원들을 별도 공간으로 불러 모은 뒤 휴대전화 등을 검사했다고 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와 미국 회사 바이오젠이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 등을 위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삼성전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모회사인 삼성바이오 주식 31.49%(지난해 말 기준)를 보유한 제2대 주주이다. 삼성전자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 구조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증거인멸은 삼성바이오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특별감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3월부터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회계자료의 내용과 작성 시점을 조작해 금융당국에 제출하거나 영구삭제 프로그램으로 직원 수십 명의 업무용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를 없앤 것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1차 고발이 이뤄진 이후에는 미래전략실 후신으로 불리는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가 투입돼 증거인멸을 지휘했다. 미전실 소속이었던 A씨는 2017년 미전실 해체 이후엔 삼성전자 사업지원 TF에 소속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를 상대로 윗선의 개입여부를 추궁했다.
한편 증거인멸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 경영지원실장 양모 상무와 같은 회사 소속 이모 부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이날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검찰은 이들의 신병을 확보한 뒤 증거인멸의 지시ㆍ보고 여부를 추궁할 방침이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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