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을 놓고 벌어진 여야의 격한 대치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옮겨 붙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중 ‘자유한국당 정당 해산 청원’이 29일 오전 30만명 이상으로부터 동의를 얻어낸 데 이어 청원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도 등장했고, 이날 오전 한때 청와대 사이트는 접속자가 몰려 접속이 어려운 상황이 되기도 했다.
시작은 22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장한 ‘자유한국당 정당 해산 청원’이었다. 해당 청원자는 “한국당은 걸핏하면 장외투쟁을 벌이고 입법 발목잡기를 한다.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지 못하도록 사사건건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한국당 해산을 주장했다. 또 청원자는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린 판례를 인용하며 “정부에서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 청원은 28일 오후 2시쯤 16만 명에게 동의를 얻은 상태였지만, 이후 동의자가 빠르게 늘면서 29일 오전 9시 47분 기준 31만 6,549명에게 동의를 얻었다.
이에 맞서 28일 오후 7시 32분쯤 청와대 홈페이지 ‘토론방’에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원을 청원 사이트에 그대로 올려 주십시오”라는 게시물이 게재됐다. 이는 청와대 측에 요청하는 바를 담은 내용이었다. 해당 게시물 작성자는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은 그대로 청원 사이트에 올리면서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원은 올려주지 않으면 그것이 청와대 국민 소통 광장이라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원도 한국당 해산 청원과 나란히 청원 사이트에 올려달라. 국민들이 어느 편을 더 지지하는지를 아는 것도 국정 방향을 결정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해산 청원을 바로 시작하지 않고, 토론방에 “청원을 올려달라”는 게시물이 나온 이유는 청와대가 지난달 31일 오전 5시부터 국민청원 운영 방식을 개편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청원자가 게시물을 작성해 올리는 즉시 국민청원 게시물로 등록돼 다른 이들로부터 동의를 받을 수 있었지만, 홈페이지 개편 후에는 게시물을 작성해 올리면 ‘사전 동의’를 받을 수 있는 웹사이트 주소가 생긴다. 청원자가 이 웹사이트 주소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해 100명이 해당 링크로 접속해 동의해야 국민청원 게시물로 등록돼 일반인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청원이 중복되거나 무분별한 욕설, 비방, 허위 사실 노출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한국당의 회의실 점거 등으로 패스트트랙 지정이 지연되고 여야 대치가 이어지자 청와대 청원 게시판은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29일 오전 9시 이후 접속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웹페이지 주소를 클릭하면 한참 뒤 좌측 상단에 “접속자 수가 많아 일시적으로 접속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잠시 후에 다시 접속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만 볼 수 있다. 이처럼 자유한국당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더불어민주당 해산을 주장하는 입장이 ‘화력 싸움’을 하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몸살을 앓고 있다.
한편, “자유한국당 정당 해산 청원”은 동의자 20만 명을 넘겨 ‘한 달 내 20만명 이상 참여’라는 청와대 공식 답변 요건은 충족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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