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017년 혼수상태였던 오토 웜비어 석방 조건으로 북한에 200만달러(약 23억원)를 지불하기로 서약했다는 언론보도가 사실이라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확인했다. 다만 해당 금액이 북한 측에 전달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28일(현지시간) 폭스뉴스선데이에 출연해 ‘북한이 웜비어의 석방을 조건으로 돈을 요구했느냐’는 질문에 “그 일은 내가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오기 전에 이뤄졌지만,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조셉 윤 당시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해당 금액을 지불하기로 서약하는 문서에 서명을 했느냐’고 묻자 “그렇게 들었다. 그렇다”라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다만 실제 200만달러가 북한으로 넘어가지는 않았다고 부연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에 돈을 지불했느냐’는 질문에 “절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전세계에서 20명 이상의 인질을 석방해왔지만 그 누구에게도 그 대가로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볼턴 보좌관의 이번 발언은 북한이 지난 2017년 웜비어의 치료비 명목으로 200만달러 청구서를 미국에 제시했고, 이에 ‘서명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침이 내려졌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25일자 보도에 따른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청구서는 미 재무부로 이관됐으나, 2017년 말까지 미납 상태로 남았다. WP는 “미 정부가 나중에 비용을 지불했는지, 이 문제가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거론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후 미 CNN방송은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이 돈을 실제 건네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CNN에 “북한은 지난해 미국과의 긴장 완화책을 찾기 시작할 때는 물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후 미국인 3명의 석방 문제를 협의할 때도 돈 지불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북한이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보도가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 트위터에서 “어떠한 돈도 웜비어를 위해 북한에 지불하지 않았다. 200만달러도, 어떤 다른 것도 지불하지 않았다”며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인질 석방 때마다 “몸값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언급, 버락 오바마 행정부 등 전임 정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해 왔다.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2018년 6월 12일)을 한달 앞둔 지난해 5월,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세 명의 미국 송환에 대해 “그들은 아무 대가 없이 나왔다”고 강조한 게 대표적이다.
버지니아 주립대 3학년이던 웜비어는 지난 2016년 1월 관광차 북한을 방문했다가 평양 호텔에서 정치선전 현수막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17개월간 억류됐다. 이후 그는 의식불명 상태로 2017년 6월 석방돼 귀향했지만, 엿새 만에 뇌 손상으로 사망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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