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가능성을 제기했다. 고위급 인사의 북한 방문 계획도 공개했다. 미국의 제재ㆍ압박에 대한 초강경 대응을 예고한 것이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이란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핵합의(JCPOA) 탈퇴와 대(對)이란 최대 압박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NPT를 탈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리프 장관은 “이란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다”며 “NPT 탈퇴는 지도부가 고려하고 있는 선택지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란의 NPT 탈퇴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더불어 미국의 압박에 대한 가장 강력한 대응책으로 꼽힌다. NPT는 비핵국가에 대해선 핵개발 금지를, 핵보유국에 대해선 핵군축을 요구하는 강력한 다자조약이다. 따라서 NPT 탈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거부하고 핵프로그램을 가동해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1993년 3월 터진 북한의 1차 핵위기도 NPT 탈퇴 성명에서 비롯됐다.
앞서 이란은 지난해 5월 미국이 자신들과의 핵협정에서 탈퇴하고 경제ㆍ금융제재를 복원하자 핵합의 이행 중단과 함께 NPT 추가의정서 거부 카드로 맞대응에 나섰다. 이란은 핵관련 시설ㆍ장비ㆍ물질에 대한 보고를 기존보다 대폭 강화한 추가의정서를 2015년 서방과의 핵협정 타결 당시 이행키로 했고, 이후 IAEA는 이란이 이를 준수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란이 이번에 NPT 탈퇴 카드까지 꺼내든 건 미국이 이란혁명군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 데 이어 내달 3일을 기해 이란산 원유 수출을 사실상 전면봉쇄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이 제재의 강도를 높임에 따라 이란이 실제로 NPT를 탈퇴하고 호르무즈해협 봉쇄에까지 나설 경우 중동지역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자리프 장관은 이날 북한과의 적극적인 연대 의사도 내비쳤다. 그는 국영 IRNA통신에 “북한 방문을 준비하고 있으며 시점은 곧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이란은 탄도미사일과 핵무기를 공동개발했다는 의혹을 받는 등 군사적 협력을 꾸준히 해온 우방이다. 지난해 8월에도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이란을 방문한 바 있다. 미국의 최대 압박에 직면한 이란이 하노이 노딜회담 후 미국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북한과 함께 대미 공동전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외교적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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