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니아 생일 축하 만찬에 골프 라운딩 즐기며 친분 과시
트럼프, 아베에 감사 표시했지만 무역문제 나오자 신경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6∼27일(현지시간) 1박 2일간의 만남에서 골프 회동 등으로 친밀한 관계를 과시했지만 무역 문제를 두고선 이견을 보이며 긴장을 노출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를 한껏 치켜세운 뒤 돌발적으로 무역협상 조기 타결을 압박하며 허를 찔렀다.
미일 정상은 아베 총리의 방미 첫날인 26일 백악관에서 2시간 가량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의 49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만찬을 함께 했다. 두 정상은 이어 27일에는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라운딩을 함께 했다. 두 정상이 함께 골프를 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 회동 사진을 올린 트위터 글에서 “아베 총리와 훌륭한 날을 보냈다”면서 라운딩 도중 무역 문제를 비롯한 여러 주제에 대해 얘기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정상회담에서도 아베 총리를 “내 친구”라고 불렀고, 멜리니아 여사의 생일잔치에 아베 총리 부부가 참석하는 데 대해서도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등 친분을 부각시켰다. 그는 다음달 25~28일 일본 국빈방문 기간 새 일왕 면담과 스모 관람 계획을 알리며 “스모 우승자에게 줄 트로피도 제작하고 있다”고 말한 뒤 아베 총리에게 연신 감사를 표했다. 양국 정상은 대북 문제를 두고 긴밀히 협력하자는 데에도 의기투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무역 협상과 관련해선 “일본은 농업에서 우리 농산물에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우리는 일본 차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 관세를 없애고 싶다”면서 농산물 관세 철폐를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일본은 미국 차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지만 미국은 일본 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은근한 신경전을 펼쳤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 술 더 떴다. 무역협상 타결 시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아주 빨리 될 수 있다. 아마도 내가 거기 갈 때까지. 아마 거기서 서명할 수 있다”며 5월 조기 타결 카드를 꺼낸 것이다. 미일 무역협상은 지난 15~16일 양국 협상 대표가 첫 회의를 가지며 이제 걸음마를 뗀 상황이다. 특히 7월에는 일본 참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어 아베 총리로선 농산물 시장 개방 문제가 걸린 무역협상을 5월까지 타결짓는 건 언감생심이다.
AP통신은 “두 사람의 ‘동지애’에도 불구하고 무역 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가려지진 않았다”고 전했다. A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의 기술’을 알 지는 모르지만 ‘아첨의 기술’에 관한 한 아베 총리가 한 수 위”라면서도 “지금까지 아베 총리가 친밀한 개인 관계 덕분에 어떤 부분을 얻어냈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꼬집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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