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프랜차이즈 비비큐의 가맹점주들이 본사와 편의점의 치킨 판매 협력에 반발해 본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추진하고 나섰다. 본사가 가맹점에서 멀지 않은 편의점 점포에 비비큐 계열 브랜드로 치킨을 공급하는 것은 가맹사업법상 금지된 ‘영업지역 침해’ 행위라는 논리다. 다만 당국은 “신고가 들어오면 위법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비비큐 가맹점주로 구성된 가맹점사업자협의회(이하 가맹점협의회)는 세븐일레븐에 치킨을 공급하는 비비큐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를 검토하고 있다.
◇가맹점주들 “편의점 치킨 공급은 영업지역 침해”
비비큐와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시내 8곳을 포함한 10개 세븐일레븐 직영점에 ‘시크릿 테이스트 치킨 바이 비비큐’ 브랜드로 치킨을 판매하고 있다. 낱개 또는 2~3조각 분량의 소포장 제품으로, 편의점에서 치킨 프랜차이즈의 이름을 걸고 판매하는 유일한 사례다. GS25, 미니스톱 등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에서도 낱개 치킨을 팔고 있고 세븐일레븐 또한 800개 매장에서 치킨을 판매하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자체 브랜드(PB) 상품이다.
가맹점협의회는 비비큐 본사가 점주들을 무시하고 무리한 확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상권이 겹치지 않는 곳에서 테스트 매장을 운영 중”이라는 비비큐 본사와 세븐일레븐 측 입장과 달리, 해당 점포들이 비비큐 가맹점의 영업권을 보장할 수 있을 만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가맹점협의회 관계자는 “현재 영업 중인 가맹점에서 1㎞ 거리에 있는 편의점에서 비비큐 치킨을 파는 것은 명백한 영업지역 침해”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 시내에서 비비큐 치킨을 파는 세븐일레븐 매장 대부분은 비비큐 가맹점에서 1㎞ 이내에 있다. 세븐일레븐 공릉점과 가장 가까운 비비큐 매장은 직선 530m, 도보 이동 기준으로 700m 거리다. 대학로, 명동 등 도심지역에선 비비큐 판매 편의점과 인근 비비큐 매장이 180~550m 떨어져 있다.
점주들은 세븐일레븐 내 비비큐 치킨 판매 매장이 늘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지금은 판매처가 일부 세븐일레븐 직영점으로 한정돼 있지만, 앞으로 세븐일레븐 가맹점을 중심으로 비비큐 치킨 판매점이 확대될 거라 의심하는 것이다. 세븐일레븐이 가맹점주를 상대로 새로운 상품 및 서비스를 소개하기 위해 지난달과 이달 일산 킨텍스와 부산 벡스코에서 각각 개최한 ‘2019 세븐일레븐 상품전시회’에 비비큐 치킨 홍보 부스가 설치된 것이 대표적 근거다.
특히 세븐일레븐 점포 중 PB 치킨 상품을 파는 곳이 서울 시내에만 150여 곳인데, 이들 매장의 치킨 공급처가 비비큐 본사로 바뀌면 당장 길 건너 편의점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거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비비큐 가맹점주 C씨는 “이미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이 포화 상태라 수익이 떨어지는 상황이었는데 이제는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는 물론이고 편의점 내 같은 브랜드와도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영업행위가 가맹사업법상 ‘가맹계약기간 중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지역 안에서 유사한 업종의 가맹점을 설치하는 행위의 금지’(제5조), ‘부당한 영업지역 침해금지’(제12조의 4) 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 공정위 신고를 검토하고 있다. 가맹점협의회 관계자는 “본사가 직접 직영점이나 가맹점을 설치하지 않더라도 본사가 동일한 취급 품목을 납품하는 행위인 만큼 영업지역을 침해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비비큐 “편의점과 가맹점 제품 달라… 사업범위 문제 없어”
비비큐 측은 편의점 치킨 판매가 점주들이 제기하는 영업지역 침해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치킨 판매 사업 주체가 세븐일레븐이고, 비비큐는 물품 공급 계약만 체결한 상태이기 때문에 별도의 사업 범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편의점에 공급하는 제품도 가맹점 제품과는 다른 ‘특화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비비큐 관계자는 “세븐일레븐과 함께 사업 진행을 할 때 기존 가맹점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향을 고민했다”며 “새로 가맹점이나 직영점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제품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안에 가맹사업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말을 아끼고 있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가맹계약을 할 당시 설정한 영업지역 이내에 동일한 프랜차이즈의 직영점이나 가맹점을 신설된다면 명백히 문제가 되지만,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에서 비비큐 브랜드의 치킨을 파는 행위를 직영점ㆍ가맹점 신설 행위로 규정할 수 있을지엔 반론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신고가 접수돼야 구체적인 법 적용 사항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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