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 관람
“‘노무현’ 하면 떠오르는 게 ‘희망’입니다. 바보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권위주의가 허물어질 수 있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로 대표되는 보통 사람들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큰 희망이죠.…반면 우리에게 고통을 줘요. 그분이 당한 수많은 조롱, 경멸, 턱없는 왜곡, 그걸 막아내지 못한 우리의 무력감, 여기서 오는 고통이 있어요. 끝내는 지켜드리지 못했다는 자책감.…그리고 각성을 주십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민주주의가 만만한 것이 아니구나, 한번 얻으면 당연히 우리 것인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구나,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구나.”
이낙연 국무총리는 27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계기로 개봉한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을 서울 신촌의 한 영화관에서 관람한 뒤 “노무현 대통령 존재 자체가 우리에게 복합적인 느낌을 준다”며 이렇게 말했다. 영화 관람 뒤 노무현재단 장학생, 영화에 출연한 노사모 회원들과 호프집에서 가진 뒤풀이에서다. 이 총리는 노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및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맡았다.
이 총리는 2002년 대선 당시 기자들에게 “이번 대선은 정치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던 일화를 꺼냈다. “한국 정치가 이제까지는 ‘포더피플(For the peopleㆍ국민을 위한)’, 그것도 입으로만 하는 것이었지만, 2002년 대한민국 정치는 드디어 ‘바이더피플(By the peopleㆍ국민에 의한)’ 정치가 온 것, 엄청난 문화적 변화가 온 것”이라고 말했었다며 그는 “(노 전 대통령은) 그런 분석에 희망을 주셨다”고 했다.
이어 이 총리는 평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정치인이 되고 싶은데 무엇을 하면 되나’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언급하며 “정치의 기교를 먼저 배우지 말라, 테크닉을 먼저 배우지 말라”고 당부했다. “내가 어떤 세상으로 가려고 하는가, 내가 세상을 위해 뭘 할 수 있는가 이것부터 생각하라”며 “뭘 지향하는가, 지향을 향해 얼마나 끊임없이 노력하는가, 지향을 향해서 구체적인 공동체 문제 하나라도 해결할 수 있는가, 해결하려고 고민이라도 하는가, 이것의 축적이 좋은 정치인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TV토론회에 앞서 노 전 대통령에게 넥타이와 표정에 대한 조언을 했더니 “그게 왜 중요합니까, 그 이야기 그만 하세요”라는 역정이 돌아왔던 일을 언급하며 “TV를 보는 국민들은 꾸민다고 해서 넘어가지 않는다, 국민들은 뒷모습까지 다 본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것을 일찌감치 간파하신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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