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왕위계승 서열 3위인 히사히토(悠仁ㆍ13) 왕자의 교실 책상에서 흉기가 발견됐다. 내달 1일 나루히토(德仁) 왕세자의 새 일왕 즉위에 앞서 왕족의 신변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경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교도(共同)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27일 도쿄 분쿄(文京)구 오차노미즈(御茶の水)여자대 학 부속중학교에서 전날 히사히토 왕자가 공부하는 교실 책상에 칼 두 자루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히사히토 왕자의 책상과 옆자리 책상에 걸쳐 과도로 보이는 두 자루의 칼이 약 60㎝ 길이의 막대에 테이프로 고정돼 있었다. 신학기인 만큼 책상에는 학생 이름이 적힌 테이프가 부착돼 있었고, 이를 보고 자리를 파악한 것으로 추정된다. 발견 당시 학생들은 교실 밖에서 체육 수업 중이었고, 학생들이 교실로 돌아오기 전에 학교 관계자가 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학교 방범 카메라에는 이날 정오쯤 헬멧을 착용한 파란색 상ㆍ하의 작업복 차림의 중년 남성이 학교 안으로 들어갔으며 1시간 후에 나오는 모습이 찍혔다. 이 남성은 출입을 신고하는 인터폰에 “공사 작업 중인 인부”라고 밝혔다. 경찰 측은 이 남성이 공사 인부를 가장해 침입한 것으로 보고 행방을 쫓고 있다. 또 이 남성이 수업 시간표를 사전에 파악하고 교사들도 교실에 없는 시간에 맞춰 침입했다는 점에서 학교 내부사정을 잘 아는 인사가 관여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히사히토는 오는 30일 퇴위하는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둘째 아들인 후미히토(文仁) 왕자의 외아들이다. 남성만 왕위를 계승하는 일본 왕실전범에 따라 나루히토, 후미히토에 이은 왕위계승 서열 3위로, 나루히토 왕세자가 새 일왕에 즉위하면 왕위계승 서열 2위가 된다. 나루히토 왕세자는 마사코(雅子) 왕세자비와의 사이에 딸 아이코(愛子ㆍ18)를 두고 있다. 히사히토는 지난 8일 열린 입학식에서 부모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입생 대표로 인사말도 했다.
아키히토 현 일왕의 즉위와 관련한 축하행사가 열린 1990년에는 천황제에 반대하는 세력이 주도한 게릴라성 공격이 일본 전역에서 총 143건의 크고 작은 사건이 일어났다. 일본 경찰 측은 이번 일왕의 퇴위식과 즉위식을 전후해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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