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나 맵고 짠 음식이 남성호르몬 분비 촉진… 두피에 안 좋아
탈모는 의학적으로 ‘알로페시아(alopecia)’라고 합니다. ‘옴에 걸린 여우’를 일컫는 고대 그리스 말입니다. 여우가 옴에 걸리면 털이 빠지기 때문이지요.
국내 탈모 환자가 1,000만명이 넘어설 정도 머리가 빠져 고민하는 이가 너무 많습니다. 탈모치료제와 기능성 샴푸 등 탈모 관련 시장이 연간 4조원이 넘어섰습니다. 탈모치료제를 제대로 개발하면 세계평화에 공헌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줘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입니다.
탈모는 아침에 일어나거나 머리 감을 때 머리카락이 100개 이상 빠질 때를 말합니다. 남성형 탈모, 여성형 탈모, 원형 탈모, 휴지기 탈모 등이 있습니다. 전체 탈모의 90%를 차지하는 남성형 탈모는 이마와 머리털 경계선이 뒤로 밀리면서 이마가 ‘M’자 모양으로 넓어지며, 정수리 부위도 빠지는 게 특징입니다. 유전과 남성호르몬(안드로겐)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여성형 탈모도 이마선은 유지되지만 정수리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숱도 적어집니다. 자가면역질환인 원형 탈모는 주로 머리에 생기지만 수염 눈썹 속눈썹 체모에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휴지기 탈모는 급격한 다이어트, 호르몬 변화, 내분비질환, 영양 결핍, 약물, 출산, 발열, 수술 등 극심한 스트레스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탈모입니다. 원인이 사라지면 정상 회복됩니다.
탈모 치료는 일찍 시작할수록 좋습니다.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탈모가 진행된 뒤 치료하면 70~80% 정도만 회복된다”며 “초기에 치료하면 악화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탈모를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남성형 탈모는 ‘5-알파 환원효소’를 억제하는 먹는 약이 기본 치료입니다. '프로페시아(성분명 피나스테리드)'와 '아보다트(성분명 두타스테리드)' 등 경구용 탈모치료제를 먹으면 3~6개월부터 효과가 나타납니다. 부작용은 피나스테리드 1㎎을 1년간 매일 먹었을 때 성욕감퇴, 발기부전, 사정장애 등이 각각 1.8%, 1.3%, 1.2% 발현됩니다. 미미한 부작용이지요.
먹는 약을 만지면 병이 생긴다는 말이 떠돌지만 알약이 코팅 처리돼 있어 접촉을 해도 약 성분이 몸에 흡수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또한, 탈모치료제를 먹는 남성과 성관계를 하면 기형아를 출산한다는 우려도 기우에 불과합니다.
탈모치료제에는 바르는 약(‘미녹시딜’, ‘알파트라디올’ 등)도 있습니다. 바르는 약은 먹는 약보다 효과는 떨어지지만 먹는 약과 함께 쓰면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여성형 탈모에 확실히 효과를 나타내는 약은 아직 없습니다. 바르는 약이 적지 않게 효과 있고, 약용 효모와 케라틴제제(판토가, 케라민 등)를 치료보조제로 쓸 수 있습니다. 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먹는 약은 가임기 여성에게는 부작용 위험으로 원칙적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중등도 이상 탈모라면 모발이식도 권할 만합니다. 다만 시술비가 비싼 게 흠이지요. 청신호도 있습니다. 성종혁 연세대 약학과 교수팀이 모발 생성 세포를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해 내년에 임상시험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탈모를 예방하려면 저녁에 샴푸하고, 린스 트리트먼트 왁스 스프레이 등은 두피에 잘 닿지 않도록 써야 합니다. 시중에 나온 기능성 샴푸와 레이저 기기는 탈모 방지에 큰 효과가 없다고 합니다.
삼겹살 등 기름진 육류나 맵고 짠 음식은 남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므로 많이 먹지 않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은 튼튼한 머리카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도 탈모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도 탈모 예방의 지름길입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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