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부족 증상으로 집중력 떨어져…
배정호 이대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찰스 디킨스의 소설 ‘픽윅 보고서(1836)’의 주인공 조는 뚱뚱하고 낮잠을 잘 잔다. 조는 밤에 잠을 충분히 자고도 낮에 주체할 수 없이 졸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심하게 코를 골면서 잠을 잔다. 언제 어디서나 “드르렁”거리며 잠자는 사람을 보면 잠을 푹 잔다고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코골이는 이제 숙면의 증거가 아니라 건강을 해치는 병일 수 있다.
코골이는 잠잘 때 입천장 안쪽과 그 주변 연(軟)조직이 숨을 쉬면서 드나드는 공기에 의해 떨리면서 나는 소리다. 이 과정에서 공기 흐름이 완전히 혹은 부분적으로 차단되는데 이를 ‘수면무호흡증’이라고 한다. 성인 5명 가운데 1명은 수면무호흡증이다(질병관리본부).
자는 동안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거나 호흡량이 50% 이상 감소하면 위험하다. 이런 증상이 1시간에 5번 이상 생기고, 낮에 졸림증이 있거나 무호흡이 수면 시간당 15번 이상이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한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치료 전문가’인 배정호(49) 이대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를 만났다.
-코 고는 사람이 많은데 건강에 문제되나.
“그렇다. 코를 골면서 자면 건강에 문제될 수 있다. 성인 인구의 절반 이상이 코를 골면서 잠을 잔다. 코골이는 30~35세 남성의 20%, 여성의 5%에서 관찰되며 60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남성의 60%, 여성의 40%가 잠을 자면서 습관적으로 코를 곤다.
비만하다면 코골이 발생 빈도가 3배 이상 높아진다. 실제 임상에서는 비만인 사람뿐만 아니라 마른 체형의 젊은 여성도 코를 고는 문제 때문에 병원을 많이 찾는다. 특히 결혼을 앞둔 여성이 어머니와 함께 코골이를 고치기 위해 적지 않게 내원한다.
코골이의 가장 큰 문제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심한 경우 한 사람이 내는 코골이 소리가 지하철 소음(70~80dB)에 맞먹을 정도여서 다른 방에서 잠 자는 사람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심한 코골이의 경우 잠을 자다 숨이 멎는 증상, 즉 ‘수면무호흡증’이 동반돼 본인의 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점이다.
코골이 원인은 비만·음주·흡연 등 생활습관 문제에서 편도 비대, 코뼈의 이상, 축농증, 설하부 비대, 부정교합까지 매우 다양하다. 불면증에 사용되는 일부 수면제는 호흡 중추를 억제하고 근육을 이완시켜 코골이를 더 심하게 일으킨다.”
-코골이를 줄일 방법은 없나.
“비만이라면 우선 몸무게를 줄이는 것이 필수다. 과체중과 코골이가 같이 있으면 몸무게를 10%만 줄여도 코골이가 절반 정도 줄어든다. 또한 술을 많이 마시고 잠을 자면 몸의 모든 근육이 이완돼 처지는데 입천장과 목젖 근육도 처져 코골이가 더 심해지기에 잠자기 4시간 이전에는 음주를 삼가야 한다. 심한 육체적 활동 후 코를 고는 것도 피로에 의해 입천장, 목젖의 근육 처짐 때문에 생기는 일시적인 증상일 수 있다.
잠 자는 자세도 코골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당수는 똑바로 누워서 자면 코골이가 심해진다. 반면에 일부 사람들은 엎드려 잘 때 심해지기도 한다. 입을 벌리고 자도 코골이가 심해질 수 있다. 체중 조절, 운동, 수면 자세 교정 등의 대증적인 방법이 효과가 없고 코나 목에 구조적인 이상이 있으면 정확한 진단을 받은 뒤 수술이나 비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코골이보다 자다가 숨을 쉬지 않는 수면무호흡증이 위험하다는데.
“잠을 자면서 코를 골면 호흡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게 된다. 좀 더 진행되면 코를 골다가 호흡이 멈춰 한참 만에 숨을 몰아 쉬게 된다. 구강(입)과 비강(코)을 통한 호흡 기류가 잠을 잘 때 10초 이상 정지하는 것을 무호흡이라고 한다. 무호흡이 1시간에 5회 이상 계속되면 이를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한다. 수면무호흡증은 남성의 4%, 여성의 2%에서 나타난다. 남성은 중년 이후, 여성은 폐경기 이후에 잘 발생한다.
오래 잤는데도 개운하지 않거나 기억력이 급격히 떨어졌거나, 낮 졸음이 심할 때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코골이가 심하거나, 목둘레가 두껍고,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일 때 수면무호흡증을 겪을 확률이 높다.
수면무호흡증은 신체 문제뿐만 아니라 우울증 등 정신 문제와 운전 중 사고와 같은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교통사고를 낼 확률이 6~10배가량 높아진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7시간을 자더라도 3, 4시간 잔 것과 같다. 잠이 부족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방치하면 치매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고혈압을 조절하지 않으면 수면무호흡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수면무호흡증은 숨을 멈춘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되기도 하지만 소리가 나지 않다 보니 함께 잠을 자는 배우자도 잘 모를 수 있다. 따라서 스스로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되면 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를 받는 게 좋다. 수면다원검사는 병원에서 8시간 이상 자면서 뇌파, 안전도(눈 움직임), 호흡, 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하는 검사다. 지난해 7월부터 건강보험 급여 혜택이 적용돼 10만원대인 본인부담금(20%)만 내면 검사할 수 있다. 수면다원검사 후 대개 공기를 기도 속으로 밀어 넣는 방식의 양압기 처방을 받는다. 매달 1만∼2만원으로 대여해 쓸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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