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 전날도 'WTO 개혁' 주장하며 사실상 불만 표출 
'안.사.요' 일본산 수산물 수입 대응 시민 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수산물 수입 반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무역기구(WTO)가 한국의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가 타당하다는 상소기구의 판정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앞서 한국은 지난 해 2월 분쟁해결기구 1심 판결에서 졌지만 지난 11일(제네바 현지시간) 상소기구(2심)에서 예상을 깨고 역전승을 거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WTO 분쟁해결기구는 전 회원국이 참석하는 정례회의에서 일본 원전사고에 따른 우리 정부의 일본산 식품(수산물 포함) 수입규제조치가 'WTO 위생 및 식물위생(SPS)' 협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최종판정을 공식 채택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채택에 따라 WTO 규정상 상소기구의 판정이 공식화되고 분쟁 당사국에 대해서도 효력을 가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WTO 2심 판정은 회원국 전원이 반대하지 않는 이상 그대로 채택되기 때문에 사실상 자동채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이 제기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제소 사건에서 한국이 예상을 깨고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에서 승리한 가운데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윤창렬 사회조정실장 등이 판결결과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이번 판정으로 일본산 식품에 대한 현행 수입규제조치는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원전 폭발로 피해를 본 후쿠시마 등 인근 8개 현 앞 바다에서 잡힌 28개 어종의 수산물에 대해 방사능 오염 가능성을 우려해 2013년 9월부터 수입을 금지해오고 있다.

이로써 지난 2015년 5월 일본이 한국을 제소한 지 4년 만에 이례적으로 '피소국' 한국의 승소로 WTO 무역분쟁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WTO의 최종 판정 보고서 채택은 한국의 수입금지 조치의 정당성을 국제적으로 공식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SPS 협정 분쟁에서 1심 결과가 뒤집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주로 사실관계를 다루는 1심에서는 후쿠시마 수산물에서 발견되는 방사성 물질인 세슘 수치가 낮다는 일본 측 주장에 손을 들어줬었다. 그러나 법리를 다투는 2심에서는 원전사고가 난 일본의 인접국인 한국이 환경의 잠재적 위험까지 고려해 일본산 식품에 대해 엄격한 검역조치를 하는 것이 옳다는 한국 측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12일 일본이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 주변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와 관련한 세계무역기구 분쟁에서 역전 패소했다는 소식을 전한 일본 주요 신문들. 도쿄=연합뉴스

한편 일본 정부는 WTO 패소 이후에도 이를 깨끗이 인정하지 않고 한국 측에 수입금지 철회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이날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25일)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에서 EU 정상들과 만나 WTO 개혁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과의 회담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WTO에 대해 "산업의 큰 변화에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WTO 상소위원회의 본연의 자세에도 다양한 과제가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상소위원회에도 여러 과제가 있다"며 "논란을 피하는 형식으로 결론이 나거나 결론이 날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에서 1심을 뒤집고 한국에 승소 판결을 내린 WTO 상소위원회에 불만을 드러낸 셈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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