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여순사건 당시 무고한 민간인이 억울하게 무차별 처형당한 사건과 관련한 재심 재판이 71년 만에 처음 열린다. 빨갱이 자식으로 낙인 찍혀 지금도 말하기 어렵고 꺼내기 힘든 상처와 아픔, 여전한 구조적 사회 인식 때문에 누구도 섣불리 진실을 이야기하기 어려웠던 여순사건이 이번 재심으로 해결의 출발점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당시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혐의(내란 및 국권문란죄)를 받고 처형당한 민간인 희생자 장모씨 등 3명에 대한 재심 첫 재판이 오는 29일 오후 2시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열린다. 장씨 등에 대한 재심 재판은 순천지원 제1형사부(부장 김정아)에 배정됐다.
재판은 형사소송법 제438조에 따라 1심의 소송 절차를 다시 밟게 된다. 일반적인 1심 공판절차처럼 인정신문과 모두진술, 증거조사, 피고인신문, 의견진술 및 최후진술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법원은 재심 청구인과 검찰 측에 절차 진행에 관한 의견을 요청한 상태다.
순천지원 관계자는 “판결 선고일은 물론 재심 청구일로부터도 상당한 시일이 지난 만큼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재심 청구인들과 변호인, 검찰 측의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첫 재판은 쌍방 의견을 수렴해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로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장씨 등은 1948년 10월 반란군을 도왔다는 혐의로 순천을 탈환한 국군에 체포된 뒤 군사법원에서 22일 만에 사형을 선고받고 처형당했다. 당시 군사재판은 구체적 사실 확인 절차도 없었고, 혐의도 자의적으로 적용됐다. 처형된 이들 중에는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 채 죽은 이들도 있었다. 여순사건을 다룬 진실ㆍ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조사 검증을 통해 2009년 “당시 군경이 장씨 등 439명의 민간인을 불법 연행해 사실했다”고 결론냈다.
장씨 유족 등은 과거사위원회 결과를 바탕으로 2011년 10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재판관할권 문제로 1심 재판은 2년 후인 2013년 시작했다. 1ㆍ2심은 “당시 판결문에 구체적인 범죄사실과 증거요지가 기재되지 않았고, 22일 만에 사형이 선고돼 집행된 점에 비춰보면 장씨 등은 영장 없이 체포ㆍ구속됐다고 봐야한다”며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21일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하고 재심 개시를 결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전남동부지역 시민단체와 역사학자, 유족 등으로 구성된 여순10ㆍ19재심대책위원회는 재판 직전 오후 1시 순천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들은 국가의 위법적이고 불법적인 민간인 학살에 대해 사법부에 준엄한 심판을 주문하고 무죄 판결을 촉구할 예정이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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