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WP 보도에 ‘돈 준 적 없다’ 정면 반박 나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오토 웜비어의 몸값을 지불한 적이 없다고 26일 오전(현지시간) 밝혔다. 북한이 2017년 미국 대학생 웜비어를 석방할 당시 그 대가로 200만 달러(약 23억원)를 요구했고, 이를 지불하는 청구서를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 내용에 대해 전면 부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오토 웜비어를 위해 북한에 어떠한 돈도 지불한 적이 없다"면서 "200만달러도 아니고, 그 무엇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4명의 인질을 데려오기 위해 18억달러를 지불하고, 반역자인 보 버그달 병장을 풀어주기 위해 테러리스트 인질 5명을 내주는 오바마 행정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2014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해 있던 버그달 병장이 탈영해 탈레반 대원에게 잡히자 오바마 행정부가 그의 석방을 위해 탈레반 포로 5명을 풀어줬던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지는 트윗에서 그의 표현에 따르면 ‘미국 최고 인질 협상가’가 자신에 대해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인질 협상가다. 지난 2년간 그는 많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20명의 인질을 석방시켰고 아무런 돈도 지불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미국 최고 인질 협상가’가 누구인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한편 미국 허핑턴포스트 등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고(Chief)’라는 단어를 쓰는 과정에서 ‘Cheif’라고 오타를 내면서 이 오타가 트위터에서 전세계 트렌드에 오르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전날 WP는 사안에 정통한 두 소식통을 인용, 2017년 6월13일 웜비어가 평양을 떠나기 수시간 전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에게 북한의 청구서가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윤 전 대표는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청구서에 관한 내용을 전달했고,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후 그들은(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은) 윤 대표에 치료비 청구서에 서명하도록 지시했다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 미 CNN 방송은 자체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행정부가 이 돈을 실제 건네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CNN에 “북한은 지난해 미국과의 긴장 완화책을 찾기 시작할 때는 물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후 미국인 3명의 석방 문제를 협의할 때도 돈 지불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버지니아 주립대 3학년이던 웜비어는 지난 2016년 1월 관광차 북한을 방문했다가 평양 호텔에서 정치선전 현수막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17개월간 억류됐다. 이후 그는 의식불명 상태로 2017년 6월 석방돼 귀향했지만, 엿새 만에 뇌 손상으로 사망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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