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서울 종로 세운상가에서 독립출판 마켓인 커넥티드 북페어가 열렸다. 도서 비수기인 겨울에 책 열기를 데웠다. 120여개 독립출판 제작자가 참가하고 독자3,500명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행사를 기획하고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형호씨는 “독립출판 행사가 대개 봄이나 가을에 열리는데다, 한정된 인원기준 때문에 기존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던 독립출판 제작자들이 많아 독자와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전국독립서점은 466곳이다. 101곳에 불과했던 2015년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대형 자본이나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독립출판계의 무기는 개성이다. 저가 공세와 대대적 마케팅, 저자의 명성 등으로 승부하는 기존 출판계에 맞서기 위해서는 독자적 생존전략이 필요하다. 협업과 연대가 그 중 하나. 함께 뭉쳐 살길을 도모하는 움직임이 요즘 더 활발해졌다. 독립출판 제작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신의 출판물을 설명하고 판매까지 하는 각종 북페어 행사가 대표적이다. 2009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대표적 독립출판물 행사 언리미티드 에디션-서울아트북페어는 지난해 220개 팀이 참가하고 2만명이 방문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추리소설 전문서점, 문학 전문서점, 여행 전문서점 등 확고한 정체상과 이를 바탕으로 한 큐레이션 철학은 독립서점의 강점이다. 서점 플랫폼 북크러쉬는 이러한 독립서점의 장점을 온전히 살리려 한다. 독립서점 주인이 선정하고 추천한 책들을 한데 모아 보여주고 있다. 독립서점 35곳이 이 플랫폼에 입점해 있다. 직접 구매도 가능하다.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작업과 배송은 북크러쉬가 담당하고 판매수익은 추천인에게 돌아간다. 김경욱 북크러쉬 대표는 “아무리 좋은 진열을 해도 직접 방문하지 않으면 독자가 알 수 없는 게 독립서점의 단점”이라며 “독립서점을 한 곳에서 모아 볼 수 있게 함으로써 단점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대형 출판사는 신간을 낼 때 ‘독립서점 에디션’을 소량만 따로 찍는 방식을 통해 독립서점과의 상생을 꾀하고 있다. 해당 책을 독립 서점에서만 구할 수 있다는 이점을 만들어줘 독자가 독립서점을 찾아가고 싶도록 출판사가 발벗고 나선 것이다. 최근 10만부를 돌파한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문학동네), 올해 초 나온 황정은 작가의 연작소설 ‘디디의 우산’(창비)등이 일반 판본과 표지를 달리한 독립서점 에디션으로 출간돼 독자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대형서점은 독립출판사를 위한 매대를 따로 마련해주고 있다. 국내 대표 서점 체인인 교보문고는 12개 지점에서 ‘작지만 강한 출판사의 색깔있는 책’이라는 코너를 마련해 운영 중이다. 개업 5년 이내에 출간은 30종이 넘지 않는 작은 출판사의 책만을 진열하고 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자체적으로 ‘놓치면 후회되는 기대되는 신간’ 코너를 방문객 눈길이 가장 잘 머무는 주 출입구 쪽에 마련했다. 독립 출판사들만을 대상으로 신간브리핑을 진행하는데 투표를 통해 소개할 책을 뽑고 있다.
연대와 상생을 통한 생존전략은 독립출판과 서점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단순한 협업을 넘어 조직적으로 연대전략을 짜려는 움직임도 생기고 있다. 한국독립출판협회는 최근 설립위원회를 꾸리고 본격적으로 구성원 모집에 나섰다. 자본의 틀에 구속받지 않고 독립출판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독립서점 대표, 독립작가, 독립출판사 대표 등이 모집 대상이다. 설립위원장을 맡은 김새봄 새봄출판사 대표는 “독립출판 활동을 하는 모든 개인과 기업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지원사업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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