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중러 3자 핵감축 협정 맺자”… 속내는 전 정권 뒤집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러시아가 참여하는 새로운 핵무기 감축 협정 카드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미국은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조차 지난 2월 탈퇴를 선언한 상황이어서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과 군축 전문가들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ㆍ중국과 새로운 군축 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기존 협정으로는 완전히 규제할 수 없는 러시아의 핵무기 개발을 제어하는 동시에, 중국의 핵능력을 확인ㆍ제한하려는 게 그 목적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금까지 미국과 러시아 간 핵군축 협약에 참여하지 않아 왔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도 CNN에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 모두 군축 논의에 참여해야 하며, 탄두와 미사일을 포함한 모든 무기가 대상이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협상이 일단락된 후 군축 협상에 나서자는 의견을 말해 왔다. 최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 만난 자리에서도 “미국과 러시아, 중국은 핵무기 등에 수천억달러를 사용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군축 논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떨떠름한 반응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지난 2010년 맺은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ㆍ뉴스타트)는 유지되고 있지만, 앙국이 연장에 합의하지 않으면 2021년 2월 만료된다. 1987년 체결된 INF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가 조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일방적으로 주장, 지난 2월 탈퇴를 천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까지 끌어안는 새 조약을 맺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얘기다.
미 언론들도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WP는 “3자 군축 협상은 외교 성과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면서도 “이런 협정을 위해서는 수년간의 협상과 노력이 필요하다.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INF 탈퇴와 이란 핵합의 파기 등 트럼프 대통령의 ‘마이웨이 외교’를 지적한 것이다. 중국의 입장도 관건이다.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에 비해 훨씬 적은 양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나라와의 핵군축 협상은 꺼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큰 그림’은 뉴스타트 조약에서 벗어나는 데에 진짜 목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더 큰 규모의 군축 논의를 내밀어 뉴스타트 조약을 파기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전 정권이 합의한 사항을 뒤집는 행동을 해 왔던 트럼프 대통령의 전력을 꼬집은 것이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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