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시가 인도 국민 식량 주권 침해” 농민들 반발
미국의 식음료품 제조업체 펩시(PepsiCo)가 인도 농부들이 상표권 침해 행위를 저질렀다며 소송을 냈다. 자사의 감자칩 생산에 독점적으로 사용하고자 개발해 상표 등록까지 마친 감자 품종을 허가 없이 재배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인도 농민들은 “법적으로 정당하게 감자를 경작했다”고 맞서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에 따르면, 펩시 인도 지사는 지난달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州)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농부 네 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펩시는 “농부들이 한 명당 1,000만루피(약 1억7,000만원)씩의 손해를 우리 회사 측에 입혔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의 한 기업 관계자는 CNN에 “펩시는 인도 최대의 공정등급 감자 구매자이자, 이 나라의 농부 수천명과 함께 특별보호 품종의 감자를 재배한 첫 번째 회사”라며 “기업 입장에선 상표가 등록된 품종의 불법 이용에 대응하려면 사법부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펩시의 이번 소송 제기는 기업의 정당한 법적 권리 행사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글로벌 대기업과 법적 싸움을 벌여야 하는 처지에 놓인 농부들은 “우리의 감자 경작은 인도농업법을 따른 것”이라며 억울해하고 있다. 인도의 농민단체들도 “상표 등록 품종을 또 다른 상표로 둔갑시켜 판매하지 않는 이상, 그 어떤 작물이나 씨앗을 재배하는 것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펩시는 사설탐정을 농부들에게 보내 감자 구매자 행세를 하게 한 뒤, 농부들의 모습을 몰래 녹화했다”고도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펩시가 인도 농민의 식량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도 땅에서 지은 농작물 원료로 한 식품을 생산해 매년 막대한 이익을 내며 세계 최고 식품회사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일개 농민의 ‘감자 재배’ 자체를 문제 삼는 건 지나치다는 비판이다. 인도의 한 농민단체 회원은 CNN에 “(펩시의 소송 제기는) 인도의 식량 주권에 대항한 것이고, 인도의 주권에까지 도전한 것”이라면서 피소 당한 농부들과 연대해 펩시와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지난 2017년에도 펩시가 인도의 식량 주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펩시 불매 운동’으로 이어진 적도 있다. 당시 인도에 극심한 가뭄이 들어 농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데도 불구, 펩시는 탄산음료 한 병 생산을 위해 무려 400ℓ의 물을 사용한다는 게 문제가 됐다.
이에 더해 ‘경제 주권’을 위협하는 행위라는 비난도 있다. 인도 소매상들은 “월마트, 아마존 등 미국의 거대 유통회사들이 불공정하게 인도 골목 상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인도 정부에 ‘다국적 기업에 대한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홍윤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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