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이자 스리랑카 내전 종전 10주년을 불과 한 달 앞둔 21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와 인근 지역에 있는 교회, 호텔 등 8곳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나 360여명이 숨지고 450여명이 다치는 테러가 발생했다. 이번 테러는 지난 1983~2009년 내전 이후 발생한 최악의 사건으로 평가된다.
연쇄 폭발 현장은 처참했다. 건물 내.외벽이 살점처럼 떨어져 나가 철골만 앙상하게 남은 성 안토니오 성당의 천장은 급하게 천으로 덮어 놨고 폭발로 부서진 건물 파편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보행이 통제된 적막한 거리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리본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소리 없이 절규하듯 흔들린다.
스리랑카 당국은 23일을 국가 애도일로 지정하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도로는 추모객들로 가득했고 각 가정에서도 작은 추모의식들이 거행됐다. 정부 청사들은 조기를 게양하며 애도를 표했고 첫 번째 폭탄이 터진 시간인 오전 8시30분에는 전국에서 약 3분간의 묵념이 이어졌다.
시간이 흘러 상처가 아물듯 사건 현장이 수습되고 비참했던 순간이 지나가겠지만 슬픔은 고통의 찌꺼기처럼 지독하게 남는다. 슬픔은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다.
견디기 힘든 슬픔의 무게를 나눠 들기 위해 전 세계에서 위로와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 공식 트위터 계정은 "스리랑카 테러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오늘 밤 자정(22일 현지시간)부터 불을 끄겠다"는 글을 올렸고 에펠탑의 화려한 불빛은 소등됐다. 파리를 상징하는 에펠탑은 종종 대형 재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우리가 함께하겠다는 의미로 소등하며 슬픔을 나눠 왔다.
뉴욕 증권시장도 개장 선언을 앞두고 스리랑카에서 발생한 파괴적인 폭탄 테러로 희생된 희생자들과 가족들을 추모하는 1분간 침묵의 순간을 트위터 라이브로 전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자치구에서도 건물에 스리랑카 국기 모양으로 불을 밝히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아직도 전 세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가 옆에 있음을 알리고 슬픔을 나누고 있다. 이제는 함께 슬픔을 견뎌내야 할 시간이다.
류효진 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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