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혁안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로 국회의 존재 의미를 의심케 하는 목불인견의 추태가 이틀째 이어졌다. 몸싸움과 흉기가 난무하는 ‘동물국회’를 재연하지 말자고 도입한 국회선진화법의 취지는 오간데 없다. 국회법상의 ‘회의권’을 강조하는 여당과 헌법상의 ‘저항권’을 주장하는 야당의 원색적인 공방이 계속되면서 낯뜨거운 충돌 장면과 부끄러운 기록이 쏟아지고, 국민과 민생을 외면하고 입법부의 자존심마저 팽개친 고소ㆍ고발전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난장판 자체보다 사활적 치킨게임에 빠진 국회를 수습할 리더십이 실종된 것이 더 문제다. 사태를 여기까지 몰고 온 여야 지도부는 대결과 갈등을 더욱 부추기며 경쟁적으로 투사 코스프레만 즐기니 한심하다. 정치가 후진적이었던 과거에도 없었던 무책임한 행태다. 의원 감금 논란과 함께 국회의장의 경호권이 33년 만에 발동되고, 야당 원내대표가 빼앗은 쇠막대를 들고 자랑스레 활보하는가 하면, 여당 대표가 “한 줌도 안 되는 세력의 광기”라고 내뱉는 일이 민의의 전당에서 버젓이 벌어졌으니 말이다.
그나마 사법개혁특위 위원 사ㆍ보임 강행으로 ‘폭력 막장’의 원인을 제공한 바른미래당이 한발 물러서 대화 여지가 생긴 것은 다행이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어제 소속 의원들에게 “여야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사ㆍ보임 조치를 강행해 당사자 두 분과 소속 의원들에게 상처를 드려 죄송하다”며 “성찰의 시간과 숙고의 시간을 갖고 좀 더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패스트트랙 합의는 유효하지만, 이해와 설득의 시간을 갖겠다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어제 자유한국당을 겨냥해 “광기와 용기를 구분 못 하는 확신범의 종말을 보여주겠다”며 육탄 저지 책임자 고발과 법안 처리 결의를 다졌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회쿠데타를 통한 좌파 장기집권 플랜을 저지하기 위해 온몸으로 저항하겠다”고 받았다. 하지만 앞에서 싸우고 뒤에서 타협하는 게 정치다. 더구나 패스트트랙은 입법 과정이지 결론이 아니다. 청와대도 두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 죽기살기식 막장 드라마는 여기서 접고 주말에 극적인 ‘정치 예술’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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