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실제로 건내지는 않은 걸로 확인”
북한이 지난 2017년 혼수상태였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석방할 당시 그 조건으로 200만달러(약 23억원)를 미국 측에 요구했다는 미 언론 보도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용 지불을 승인했다는 내용도 기사에 담겨 미 정부가 ‘몸값’을 지불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돈도 지불한 적 없다”며 반박에 나섰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현지시간) 소식통 두 명을 인용해 “북한이 웜비어의 치료비 명목으로 200만달러 청구서를 미국에 제시했다”고 전했다. 웜비어의 석방을 위해 방북했던 조셉 윤 당시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에게 이 사실을 전했고, 틸러슨 장관이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자 ‘서명하라’는 대통령 지침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보도가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오전 트위터에서 “어떠한 돈도 오토 웜비어를 위해 북한에 지불하지 않았다. 200만 달러도, 어떤 다른 것도 지불하지 않았다”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인질 석방 때마다 “몸값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언급, 버락 오바마 행정부 등 전임 정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해 왔다.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2018년 6월 12일)을 한달 앞둔 지난해 5월,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세 명의 미국 송환에 대해 “그들은 아무 대가 없이 나왔다”고 강조한 게 대표적이다.
북한의 병원비 청구 사실은 지금껏 북미 어느 쪽에서도 공개된 바 없다. WP는 “북한이 공격적인 전술을 쓰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매우 뻔뻔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청구서는 미 재무부로 이관됐으나, 2017년 말까지 미납 상태로 남았다. WP는 “미 정부가 나중에 비용을 지불했는지, 이 문제가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거론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미 CNN 방송은 자체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행정부가 이 돈을 실제 건네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CNN에 “북한은 지난해 미국과의 긴장 완화책을 찾기 시작할 때는 물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후 미국인 3명의 석방 문제를 협의할 때도 돈 지불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북한이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WP 보도에 대해 백악관과 윤 전 특별대표, 틸러슨 전 장관 등은 모두 확인을 거부했다. 윤 전 특별대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웜비어와 관련해 자신이 받은 명령은 ‘오토를 되찾기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하라’는 것이었다면서 ”당시 틸러슨 장관과 주기적으로 연락하면서 긴밀히 협력했다“고만 설명했다.
버지니아 주립대 3학년이던 웜비어는 지난 2016년 1월 관광차 북한을 방문했다가 평양 호텔에서 정치선전 현수막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17개월간 억류됐다. 이후 그는 의식불명 상태로 2017년 6월 석방돼 귀향했지만, 엿새 만에 뇌 손상으로 사망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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