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광주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역사적으로 정신적으로 굉장히 비슷하고, 형제와도 같은 도시입니다.”(권영진 대구시장)
26일 오전 광주시청 행정동 앞에선 ‘조금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이름하여 228번 시내버스 명명식. 시내버스에 흔한 번호 이름을 붙이는 데 거창하게 의식까지 치른다는 것도 생경하지만 그 이벤트에 권 시장까지 참석해 언뜻 어색하게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228’의 의미를 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228은 ‘대구2ㆍ28민주운동’을 상징하는 숫자다. 이 민주운동은 1960년 2월 28일 대구지역 8개 고등학교 학생들이 그해 3월 15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승만 정부와 자유당의 독재에 항거한 의거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의 반독재 민주화운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3ㆍ15마산의거와 4ㆍ19혁명으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됐다.
이런 대구 2ㆍ28정신을 품고 있는 번호를 광주시내버스에 단 것은 대구와 광주, 두 도시에서 2ㆍ28민주운동과 5ㆍ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공유하기 위한 것이다. 이미 대구에선 1998년부터 5ㆍ18을 상징하는 518번 시내버스가 2ㆍ28기념중앙공원 등지를 경유하며 운행 중이다. 광주시가 이날 시내버스에 228번을 명명한 것은 이에 대한 화답인 셈이다.
228번 시내버스는 5ㆍ18 39주년인 다음달 18일부터 달리게 된다. 광주시는 이를 위해 현재 지원151번 시내버스를 228번으로 바꿀 방침이다. 지원151번 버스는 광주 4ㆍ19혁명의 진원지인 광주고와 5ㆍ18사적지인 옛 전남도청 등 역사적 장소 10여곳을 운행하고 있다. 특히 5ㆍ18 당시 계엄군이 전남 화순으로 가던 미니버스를 향해 총격을 가해 무고한 시민 15명이 희생당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주남마을도 경유한다. 현재 주남마을 정류소에는 그날의 아픔을 승화하는 노란색 버스 모양의 정류소가 설치돼 있다.
사실 광주 228번 버스 운행은 대구와 광주의 연대와 협력을 의미하는 ‘달빛동맹’의 성과물이다. 대구시는 지난해 12월 광주 228번 시내버스 운행방안을 건의했다. 특히 지난달 권영진 대구시장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ㆍ18 망언에 대해 사과하자 이용섭 광주시장이 228번 운행 검토를 지시하면서 본격화됐다. 광주시는 228번 시내버스에 2ㆍ28민주운동의 의미를 설명하는 안내문을 부착할 계획이다. 대구시도 518번 버스에 5ㆍ18민주화운동를 담은 설명문을 게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228 버스 내ㆍ외부에 대구 2ㆍ28민주운동을 상징하는 디자인과 의미를 더해 시민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광주와 대구 간 연대의 힘이 굳건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글ㆍ사진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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