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KBS의 간판 예능 ‘해피선데이’의 자리를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가 채운다. 갑과 을의 동상이몽을 ‘공감’ 키워드로 풀어낼 ‘당나귀 귀’가 새로운 KBS 일요 간판 예능으로 자리매김할까.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신관 누리동 쿠킹스튜디오에서는 KBS2 새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이하 ‘당나귀 귀’)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이창수 PD를 비롯해 전현무 등이 참석했다.
‘당나귀 귀’는 일할 맛 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대한민국 보스들의 자발적 자아 성찰 프로그램이다. 지난 설 연휴 파일럿 형태로 방송됐던 ‘당나귀 귀’는 최근 정규 편성을 확정짓고 오는 28일 오후 5시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정규편성된 ‘당나귀 귀’는 김용건, 전현무, 김숙, 유노윤호가 MC로 출연을 확정지었으며 보스로는 심영순, 이연복, 현주엽이 나서 그들의 성공 비결과 인생 노하우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앞서 ‘당나귀 귀’의 조현아 CP는 “이창수 PD와 고기를 먹으러 갔던 날 제가 고기를 구워 줬더니 후배가 ‘팀장님은 은근히 후배를 불편하게 하는 면이 있다’라고 하더라.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출발한 프로그램이다”라며 “갑과 을의 동상이몽을 다뤘는데, 설 특집 때 나름대로 시청률이 잘 나오고 시청자분들에게 어필을 했던 점이 있는 것 같다. 정규에 일요일 프로그램이 된 기운이 센 프로그램인 것 같다. 일요일 프로그램이라는 무게감도 있지만 폭넓은 시청자 층을 아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이창수 PD는 “방송이라는 매체가 가질 수 있는 힘이라고 한다면 일상에서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프로그램을 통해서 보여준다는 것이 매력인 것 같다”며 “본인의 갑 앞에서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숨겨진 목소리, 묻혀있었던 소리를 들려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프로그램의 연출 취지를 밝혔다.
정규편성 된 ‘당나귀 귀’의 MC를 맡게 된 전현무는 “KBS 아들이다. 주말 시간대에 오랜만에 돌아왔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최근 다작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전현무는 ‘당나귀 귀’ 출연 이유에 대해 “파일럿 프로그램이 좋았다. 관찰 예능이 많이 나오면서 ‘대한민국에 더 이상 관찰할 게 있을까. 관찰 프로그램이 한계이지 않을까’ 했는데 갑과 을의 관계를 지켜보는 프로그램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었다. 감사하게도 제안을 해주셔서 흔쾌히 수락했다. 시간대 역시 주말이라서 KBS가 밀어준다는 생각에 맡게 됐다”고 유쾌하게 답했다.
‘당나귀 귀’ 정규 방송에는 전현무를 비롯해 김용건, 김숙, 유노윤호가 MC로 나선다. 이 PD는 MC 선정 기준에 대해 “MC 선정은 이 분들이 좋은 사람이냐 안 좋은 사람이냐가 가장 큰 지점이었던 것 같다. 인간적인 부분을 고려해서 만나봤을 때 갑과 을의 모든 면을 균형 있게 다뤄줄 수 있겠다 싶은 분들을 모셨다”며 “특히 기존에 MC를 많이 하시지 않으셨지만 세대를 대변할 수 있는 김용건 선생님이나 유노윤호 씨를 모셔서 프로그램의 취지를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전현무는 세 명의 보스 심영순, 이연복, 현주엽에 대해 “유형이 다르다. 갑의 위치에 계신 분들이지 않나. 조심스럽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걸 내려놓고 어떤 비판도 수용할 준비를 하고 오셨더라”라고 말하며 첫 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한편 ‘당나귀 귀’가 일요일 오후 5시 시간대에 편성되면서 지난 14년간 KBS2의 일요일 오후 시간대를 지켰던 ‘해피선데이’는 사라진다. 현재 해당 시간대 방송되던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는 ‘해피선데이’의 꼬리표를 떼고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오후 6시 20분 방송된다. 이는 앞서 일련의 출연자 논란으로 ‘해피선데이’의 코너였던 ‘1박 2일’이 잠정 제작 중단을 결정함에 따른 여파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 이창수 PD는 “부담되는 건 사실이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제가 요즘 동료들에게 제일 많이 하는 이야기가 ‘이러려고 만든 프로그램이 아니다’다. 참신하고 KBS가 조금 더 새로워졌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설 특집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이었는데 일요일에 와서 부담되는 건 사실이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그러나 이 PD는 “저는 사실 이 시간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일종의 자신감이 있다”며 “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1회부터 했었고, 그 때 담당했던 출연자가 추사랑 씨였다. 추사랑 씨를 ‘추블리’로 만들면서 당시 정말 힘든 일요일 시간대를 끌어냈던 것처럼 이번에도 심영순 선생님을 ‘심블리’로 만들면 되지 않겠나 싶다. 3세도 만들었는데 80대도 못할 게 없지 않나 싶다. 자신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MC 전현무 역시 각오가 남달랐다. 전현무는 “쉽지 않은 시간대다. 과거 ‘무한도전’이 종영한 뒤 해당 시간대 MBC에서 (후속 프로그램에) 들어갔다가 폭삭 망한 적도 있었다. 워낙 잘 나가던 프로그램 뒤에 들어가는 것은 독이 든 성배 같은 거다. 잘 해봐야 본전이다”라며 “기존의 ‘해피선데이’ 시청률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긴 한데 그 정도까진 아니어도 명맥은 유지해야겠다는 각오, 사명감이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어 전현무는 “과거 아나운서를 해봐서 이 시간대가 얼마나 치열하고 힘든지 알고 있다. 제작진과 열심히 소통하면서 이번 프로그램은 조금 더 영혼을 끌어 모아서 하려고 한다”며 “프로그램을 살려야겠다는 각오만큼은 1등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장수 프로그램이엇던 만큼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해피선데이’의 높은 시청률에 부담감을 느낀 듯 전현무는 “기존의 해피선데이만큼 시청률은 안 나올 거다. 우리는 신생 프로그램이고 워낙 잘 되던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조기 폐지, 조기 종영은 아닐 것이다. 기본은 할 것이다. 차츰 기존의 ‘해피 선데이’로 갈 것이다. 그러므로 처음에 너무 충격을 받지 말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프로그램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앞으로 ‘당나귀 귀’는 세 명의 보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보스들을 초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꾸려나갈 예정이다. 이날 이 PD는 희망 섭외 보스로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NC소프트 김택진 대표, FC서울 최용수 감독, 국립발레단 강수진 감독을 언급하며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시청률보다는 KBS의 참신함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마음이 컸기 때문에 어떤 점이 지금까지의 예능과 다른지에 대해서 많이 봐 주셨으면 좋겠다”는 이 PD의 말처럼 전에 없던 신선함으로 무장한 ‘당나귀 귀’가 ‘해피선데이’를 잇는 또 하나의 KBS 간판 장수 예능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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