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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찬란한 컬러 LP가 뜬다

입력
2019.04.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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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OST LP. 예스24 제공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OST LP. 예스24 제공

투명 블루, 크리스탈, 모스 그린, 터키석 컬러. 화려한 장신구를 연상케 하는 이 색상들은 지나간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제품과 관련있다. 바로 레코드판, LP다.

과거에 레코드판은 대부분 검정 일색이었다. 가끔 컬러 LP가 나오기는 했지만 한정판이나 특별 기념판 등 예외적인 경우였다. 그러나 최근 복고 바람을 타고 쏟아져 나오는 레코드판들은 온갖 색상으로 화려하게 치장했다.

26일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지난 21일까지 1년간 가장 많이 팔린 LP 20종 가운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머라이어 캐리의 ‘메리 크리스마스’, 나얼의 ‘사운드 독트린’ 등 9종이 컬러 LP다. 색상도 단색 위주에서 여러 가지 색이 혼합되는 등 다채롭게 변했다.

컬러 LP의 인기는 판매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고운 복숭아색으로 출시된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수록곡을 모은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 LP는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팔린 LP 2위에 올랐다. 이 LP는 복숭아색 바탕에 얼룩덜룩한 무늬를 더해 복숭아 과일처럼 보이게 제작됐다.

4위를 차지한 머라이어 캐리의 캐롤 앨범 ‘메리 크리스마스’ LP는 크리스마스의 상징인 빨간색이 포인트다. 겉표지와 가사집에 빨간색이 들어갔고 레코드판도 새빨간 원색을 사용했다. 나얼의 2집 ‘사운드 독트린’ LP는 흰색과 투명 주황 등 두 종으로 출시됐다. 특히 ‘사운드 독트린’ LP는 17만 원이 넘는 고가이지만 한정판 컬러 LP라는 희소 가치로 인해 두 종 모두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재즈 뮤지션 쳇 베이커의 ‘싱스’는 꽃분홍색으로 제작돼 “예쁘다”는 평이 자자했다. 재즈 LP임에도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팔린 LP 16위에 오를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500장 한정판으로 제작된 델리스파이스의 1집 LP는 녹색 바탕에 어두운 색상으로 무늬가 들어갔다. 정식 명칭은 ‘스플래터 컬러’다. 장필순의 5집 ‘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 LP는 특이하게도 은색에 가까운 투명판으로 제작돼 많이 팔린 LP 20위에 올랐다.

컬러 LP 중에서도 진일보한 것은 두 가지 색상이 섞였다. 세르지 타키안의 LP ‘하라키리’는 금빛에 가까운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 무늬가 들어갔다. 모세 섬니의 ‘블랙 인 더 딥 레드’ 한정판 LP는 앨범 명에 맞춰 빨간색과 검은색이 혼합됐다.

(왼쪽부터) ‘브레이킹 배드’ OST, 세르지 타키안 ‘하라키리’, 모세 섬니 ‘블랙 인더 딥 레드’ LP판. YES 24 제공
(왼쪽부터) ‘브레이킹 배드’ OST, 세르지 타키안 ‘하라키리’, 모세 섬니 ‘블랙 인더 딥 레드’ LP판. YES 24 제공

이처럼 컬러 LP가 인기를 끄는 것은 최근 LP 수집에 관심을 갖는 젊은 층들이 특히 좋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터파크에서 많이 팔렸던 LP는 하현우의 ‘이타카’, 김광석의 ‘김광석, 다시’, 나얼의 ‘사운드 독트린’ 흰색과 주황 버전 등이다. 이들 LP의 주 구매층은 LP에 익숙한 50대 이상이 아니었다. 전체 구매자 가운데 20대 23.4%, 30대 27.8% 등 절반 이상이 2030세대였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최근 타이타닉 OST(푸른색)와 스모키의 ‘미드나잇 카페’(투명 블루),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9집’(오렌지) 등 LP도 컬러로 출시됐다. 퀸의 스튜디오 녹음을 총 망라한 전집 LP 박스세트는 18장의 LP가 제각기 다른 색으로 제작됐다. 그렇다 보니 과거 출시됐다가 사라졌던 이정선(주황색), 윤지영(오렌지), 서유석(브라운) 등의 우리 가수들 음반도 컬러 LP로 다시 제작돼 선보이고 있다.

LP는 색깔에 상관없이 똑 같은 음악을 들려준다. 그런데도 컬러 LP가 더 잘 팔리는 것은 이제 LP가 단순히 음악을 듣는 용도가 아니라 시각적 장식 효과를 지닌 상품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컬러 LP는 개성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감성을 대변하면서, LP에 향수를 가진 세대에게 기호품이 됐다는 걸 증명하는 현상”이라며 “단순히 음악을 떠나 LP 자체에 매력과 다양성, 차별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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