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통신 보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은 전적으로 미국의 차후 태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의 책임을 미국에 돌린 것이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오후 진행된 푸틴 대통령과의 확대회담에서 “얼마 전 진행된 제2차 조미 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일방적이며 비선의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최근 조선반도와 지역 정세가 교착 상태에 빠지고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위험한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든 상황에 다 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앞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이후 북측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과 북미 협상 교착 국면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며 태도 변화를 촉구해온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미국의 ‘올바른 자세와 공유 가능한 방법론’을 3차 북미 회담 조건으로 내걸고 북측의 양보는 없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통신은 전날 단독회담에서도 두 정상이 이번 북러 정상회담이 “제2차 조미 수뇌회담 이후 불안정한 조선반도 정세를 전략적으로 유지 관리해 나가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유익한 계기로 되었다는데 대하여 일치하게 평가했다”고 소개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편리한 시기’에 방북할 것을 초청했으며, 푸틴 대통령이 흔쾌히 수락했다고도 밝혔다. 양 정상은 양국 간 협력과 관련해 “최고위급 상봉과 접촉을 포함한 고위급 내왕(왕래)을 강화하며 두 나라 정부와 국회, 지역, 단체들 사이의 협력과 교류, 협조를 다양한 형식으로 발전시켜나갈 데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더불어 북러 정부 간 무역ㆍ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의 사업을 더욱 활성화하며 두 나라 사이의 “호혜적인 경제무역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여러 분야에서 적극적인 대책을 취하기로 했다.
블라디보스토크=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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