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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 위해 사회안전망 속에서 무조건 혁신 편 들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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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 위해 사회안전망 속에서 무조건 혁신 편 들어줘야”

입력
2019.04.25 19:10
수정
2019.04.25 22:4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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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션: 혁신과 사회적 가치 충돌, 어떻게 풀 것인가]

택시ㆍ카풀 태스크포스 위원장인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9 한국포럼’ 세 번째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닐 고렌플로 셰어러블 창립자, 전 의원, 이호승 기획재정부 제1차관,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홍인기 기자
택시ㆍ카풀 태스크포스 위원장인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9 한국포럼’ 세 번째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닐 고렌플로 셰어러블 창립자, 전 의원, 이호승 기획재정부 제1차관,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홍인기 기자

지난해 12월부터 한 달 사이 두 명의 택시기사가 분신하면서 택시업계와 카풀업계의 갈등은 ‘사회적 가치와 혁신의 충돌’이라는 심각한 사회 의제로 급부상했다. 혁신의 최전선에 있는 스타트업들은 규제로 인해 현장에서 느끼는 답답함을 토로하고, 정부와 국회 등 정치권은 기존 산업의 안전한 연착륙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폭발하고 있는 이 가치 충돌은 어느 지점에서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까.

2019 한국포럼 세 번째 세션 ‘혁신과 사회적 가치 충돌, 어떻게 풀 것인가’에서는 각 입장을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모여 해법을 논의했다. 사회를 맡은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토론 말미 “현장과 정치가 느끼는 고민 사이의 접점은 바로 ‘안전’이 아닐까 한다”며 “안전한 사회를 만든다는 공통된 시대정신 속에서 정부와 기업, 민간이 함께 고민하며 출구를 찾아가야 한다”고 정리했다. 이하 토론 전문.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25일 '2019 한국포럼' 세 번째 세션의 사회를 보고 있다. 홍인기 기자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25일 '2019 한국포럼' 세 번째 세션의 사회를 보고 있다. 홍인기 기자

◇“혁신과 동시에 사회안전망 필요… 대화로 갈등 풀 수 있어”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사회자)=닐 고렌플로 셰어러블 창립자와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의 주제발표를 들으며 우리가 신대륙에 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내렸을 때 그 곳이 인도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인도가 아닌 전혀 다른 땅이었다. 우리가 과거의 인식과 경험을 가지고 새롭게 밀려오는 문명을 잘못 판단한다면 마치 콜럼버스와 같은 실수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두 분의 발표 내용은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이야기했다. 오늘은 우리 사회가 겪은 카풀 갈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야 할지를 이야기해 보겠다.

▲전현희 국회 택시ㆍ카풀 태스크포스 위원장=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면 도태되는 기존 산업이 생기고, 이에 사회적 갈등이 따른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이번에 대한민국을 흔든 택시ㆍ카풀 갈등이었다. 새로운 산업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가 처해 있는 현실이지만, 기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배제하고 그들을 도태시키는 방식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는 고민을 했다. 신ㆍ구산업이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도 생각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택시업계는 카풀이라는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면서 일자리를 잃고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굉장히 강했다. 생존권의 문제였기 때문에 카풀 전면 도입을 반대할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다. 여기에 계신 분들은 혁신으로 가기 위해 제도적 장애물을 바로 없애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거다. 물론 그 부분도 분명 필요하다. 그렇지만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때 가장 중심에 있어야 하는 것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산업이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대책을 만드는 것도 정치지만, 도태되는 분들에 대한 배려와 새로운 탈출구를 마련하는 것도 정치의 영역이다.

문제는 택시단체가 대화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요구가 명백했기 때문이다. 대화에 참여하면 혹시나 타협하게 될까 두려워 처음부터 대화의 문을 닫고 야당 압박 등 실력행사를 통해 입법을 관철시키려고 했다. 5개월 동안 150여차례 만나 대화하면서야 겨우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결론은 택시업계의 손만 들어준 것도, 카풀업계의 손만 들어준 것도 아니었다. 새로운 산업과 기존 산업이 공존하고 상생하는 길을 찾았다는 것의 이번 사회적TF의 의미였다.

우리의 궁극적인 정책 목표는 모빌리티의 빅뱅을 택시를 활용해 만들어내자는 것이고, 이를 위해 현재 여러 가지를 협의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 조만간 현실화한다면 신구산업이 공존하는 새로운 형태의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전현희 국회 택시-카풀 태스크포스 위원장이 25일 '2019 한국포럼' 세 번째 세션 토론자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전현희 국회 택시-카풀 태스크포스 위원장이 25일 '2019 한국포럼' 세 번째 세션 토론자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저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비영리 사단법인의 대표다. 전현희 의원의 말을 반박하고 싶지는 않다. 정부나 국회에 있는 분들이 혁신과 가치 충돌 문제에 대해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이 혁신을 장려하냐고 물으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이야기는 객관적으로 뒷받침된다. 아산나눔재단이 2017년 세계 100대 스타트업 모델을 분석한 뒤 이를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해봤다. 고작 30%만 우리나라에서 합법적으로 사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나머지 70% 중 절반은 원천적으로 사업이 불가능하고, 나머지는 각종 규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스타트업은 글로벌 스타트업에 비해 30~40%의 기회밖에 없다는 뜻이다. 우리나라가 그만큼 제도적으로 혁신을 장려하지 않는 사회인 것이다.

여기서 말씀 드리고 싶은 건 스타트업과 기존 산업 종사자 간의 대립이 아니다. 누가 더 불쌍한지, 누구를 더 챙겨줘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예정된 미래는 바꿀 수 없다. 택시-카풀 갈등 이야기가 나왔는데, 시간의 문제일 뿐이지 빠르면 5년에서 10년, 길어도 20년 안에는 완전자율주행 시대가 온다. 택시 산업이 근본적으로 필요 없어지는 상황이 분명히 온다는 이야기다. 20년 전 서울 을지로에서 번성하던 인쇄ㆍ출판업이 지금은 다 사라졌다. 산업 구조 자체가 디지털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정된 미래를 누가 만들 것인가는 정해져 있지 않다. 혁신을 누가 만드는지, 기회를 누가 포착하는지 살펴보면, 모두 스타트업이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창업한 지 10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100년된 기업들을 모두 제치고 있다. 혁신을 장려하는 가운데서 혁신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이익을 가져갈 거다. 스타트업은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 많지 않아도 시작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조그마한 것이라도 세상에 특별한 가치를 줘야 이용자들의 동의를 얻어 성공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높은 목표에 도달했을 때 사회에 도움이 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혁신의 편을 들어주고, 공정한 기회를 누구에게나 준 다음에 사람들이 성공했을 때 다시 혁신가들에게 투자하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가치가 세상에 등장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무조건 새로운 가치보다 현재 가치에 무게를 둔다면 혁신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 안전망도 중요하다. 스타트업이 만들어내는 일자리가 나쁜 일자리라고도 하지만, 이게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좋은 일자리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근대화 시대 서구유럽의 사회안전망 모델을 가지고 미래 시대에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 구조를 다시 짜야 한다.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이 준비가 전혀 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혁신이 일어나는 지점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가 25일 '2019 한국포럼' 세 번째 세션 토론자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가 25일 '2019 한국포럼' 세 번째 세션 토론자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이호승 기획재정부 제1차관=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정부가 할 일이 분명히 있고 매우 중요하지만, 정부가 모든걸 다 할 수는 없다. 책임을 정부에 모두 전가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 조금 더 길게 봤을 때 30년 과정에서 정부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등을 봐야 한다.

우리 사회는 정보화와 같은 기술적 변화를 배경으로 이어져 왔는데, 4차산업혁명은 기술적 변화와 함께 불평등과 양극화 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정부가 당면한 정책과제가 한편으로는 혁신성을 키우면서 한 편으로는 포용성을 가지는 것이 됐다는 뜻이다. 엄청나게 빠른 4차산업혁명 속도를 고려했을 때 굉장한 도전이다. 도전을 관리하면서 극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하면 쇠락의 길로 간다.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첫 번째로 양극화 및 사회적 격차로 대변되는 사회적인 병리 문제에 대해 안전망을 제공해줘야 한다. 문제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재원이 확충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 논의되는 것이 ‘디지털 세금’ 등이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교육 시스템도 활용할 수 있다.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최대한 다양한 형태로 안전망을 제공해줄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기존 산업이 쌓아온 질서를 어떻게 바꿀까 하는 문제다. 신산업이 기존 세대와 충돌하면 나타나는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이번 택시-카풀 문제에서처럼 기득권이 생존권이 되는 순간 문제 해결이 굉장히 어려워진다. 규제를 어떤 식으로 효과적으로 완화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산업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지, 그 지점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 등을 통해 전면 규제 해제 전에 신산업을 일단 시도해보도록 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나 핀테크, 유전체 분석 등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들이 나오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가 바람구멍을 내주는 형태의 진전을 분명히 가져올 거라고 본다.

세 번째로 시선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내 이익집단끼리만 잘 협의해서 잘 해보면 될 것처럼, 단기적인 시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교정이 필요하다. 공동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당장 눈앞 이익을 버려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같이 망해버릴 수도 있다는 식의 위기의식이 있어야 한다. 동시에 많은 창업 성공 사례와 모범 사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도 좋은 지점이다. 국민들이 미래를 향한 방향에 올라타는 의사 결정을 하고, 정부가 제공하는 사회안전망에 의존하게 되면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제일 앞에 설 수 있다고 본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5일 '2019 한국포럼' 세 번째 세션 토론자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이호승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5일 '2019 한국포럼' 세 번째 세션 토론자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젊은 세대에 해결 미루지 말고 함께 머리 맞대고 풀어야”

▲사회자=닐 고렌플로 창업자에게 묻겠다. 다양한 해외 사례를 이야기했는데, 한국 사회에 그대로 이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에서는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보니 사회적 경제나 협동조합에서도 정부가 주도하는 경향이 강하다. 제도적인 차이를 감안해 한국 사회의 공유 경제에 대해 말해달라.

최재붕 교수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플랫폼 기업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사실 그들은 엄청난 독점기업이기도 하다. 시장이 양극화되고, 그러면서 플랫폼 노동자라는 불안한 노동 형태가 나오기도 한다. 한국의 규제가 오히려 해외 기업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중국 사례를 보면 규제로 인해 오히려 자국에 새로운 대안과 시장을 만들어지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 구글 모델이 적용될 수 있을까? 거기서 생겨나는 피해는 없을까?

▲최재붕=혁명기에는 모든 가치가 바뀐다. 노동의 가치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백화점 세 곳 중 한 곳이 망했지만, 미국의 실업률은 20년 내 최저치다. 거시적으로 투자된 자본이 일자리를 만든다는 룰에 정확히 따르는 결과다. 우리나라에서 청년 일자리가 안 나오는 이유도 그것이라고 본다.

빅데이터가 빅브라더가 될 수도 있다는 걱정도 있다. 그러나 플랫폼에는 ‘착한’ 특성이 있다.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창립자가 첫 딸을 낳고 재산의 90%를 사회에 환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빌게이츠 회장은 한 해에도 수조원씩 대학에 기부한다.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 기업은 고객이 떠나는 순간 망하기 때문에 비도덕적인 일을 하기가 힘들다고 본다. 좋은 일을 위해 끊임없이 투자하는 셈이다. 기존 제조업으로 돈을 벌던 기업보다 훨씬 더 소비자의 컨트롤이 가능하다.

나의 데이터를 한 기업이 모두 아는 것에 대한 반발도 상당한데, 재미있는 사실은 한 설문조사에서 90년대생의 73%가 데이터를 다 가져가더라도 맞춤형 서비스를 원한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모든 것을 어른의 관점에서 보려고 하면 안 된다.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가 25일 '2019 한국포럼' 세 번재 세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가 25일 '2019 한국포럼' 세 번재 세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닐 고렌플로=미래에 대해, 한국에 대해 감히 조언을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불가피한 미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오늘 논의에는 기술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식의 시각이 반영돼 있었다고 본다. 기술결정주의는 극단적으로는 반민주적이며 권위주의적인 내용을 함의한다. 미국에서 페이스북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가 국가 안보 리스크까지 초래했던 것이 이를 보여준다.

제가 감히 제안을 드리자면 우리는 인간 개인에 더욱 믿음을 가져야 한다. 인간이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기술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결정에 따른 것이지,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 앞선 발표에서 그 점을 지적하고 싶었다.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갈등은 기술의 문제라기 보다 이면에 존재하는 정치경제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소유와 산업, 지배구조가 어떻게 변할지, 혁신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주요 논의 지점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로 공정하고 포용적일지, 어떤 의미를 제공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과제와 어느 정도 일관성을 가지는지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들은 많은 내용은 이전의 성장이론을 반영했다고 본다. 대한민국은 자동차와 조선, 철강 선두국가에서 바로 4차산업혁명과 플랫폼산업의 선도국가로 계속해나가고자 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나라는 이런 성장을 따라갈 여력조차 없다. 어떻게 보면 우려스러운 면이 많다. 4차산업혁명에 대한 우리 사고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 누구를 위한 혁신이며 어떤 의미 있는 목표가 있는지, 혁신을 위한 혁신은 아닌지 고민을 해야 한다.

인류가 받은 축복 중 하나는 협업하며 규모를 키워나가는 재능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치와 기술을 최대한 유용하게 활용해 미래를 헤쳐나갈 필요가 있다.

닐 고렌플로 셰어러블 창립자가 25일 '2019 한국포럼' 세 번째 세션 주제발표자로 나와 공유경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닐 고렌플로 셰어러블 창립자가 25일 '2019 한국포럼' 세 번째 세션 주제발표자로 나와 공유경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전현희=이번에 택시-카풀 관련한 사회적 갈등을 겪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뭘지 고민을 해봤는데, 답은 소통과 신뢰 구축이었다.

이번 사회적 대타협에 있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어디였을까? 다들 택시업계라고 생각한다. 택시업계가 갈등 당사자였고 주체이긴 했지,만 실제로 택시업계의 반발이 커지면 커질수록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의 물밑 갈등이 엄청 많았다. 정부와 여ㆍ야가 맞붙는 국회, 그리고 언론까지 모두가 생각이 다르다. 정부에서 4차산업혁명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혁신성장 하기 위해 대표적인 모델로 카풀 육성하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이 갈등이 시작됐다. 그때 처음에 기재부가 소통했더라면, 정부가 소통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 있다. 해결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국회가 갈등 조정 역할을 맡게 됐다. 그런데 국회에서 또 여야로 나뉘어 갈렸다.

결론적으로 새로운 산업에 대한 갈등이 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고, 이를 위해선 신뢰가 구축돼야 한다고 본다.

▲최성진=닐 고렌플로 창업자가 기술결정론에 대한 우려를 표했는데, 우리의 입장이 기술결정론은 아니다. 말씀 드리고 싶었던 것은 ‘기업가 정신’ ‘창업가 정신’이다. 현실에서 문제를 포착하고 혁신으로 해결하는 정신으로, 스타트업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기도 하다.

스타트업 업계는 서로 도우며 정보를 공유하고, 성공한 창업자가 다시 업계에 투자해 혁신 가치를 나눠가지는 등 상생과 협업이 가능한 생태계로서 세상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새로운 가치의 분배가 등장하기를 바란다.

2019 한국포럼이 25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가운데 세션 III '혁신과 사회적 가치 충돌, 어떻게 풀 것인가' 주제 관련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홍인기 기자
2019 한국포럼이 25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가운데 세션 III '혁신과 사회적 가치 충돌, 어떻게 풀 것인가' 주제 관련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사회자=지금의 시대적 전환은 과거의 분명한 방향성과 다르다. 1960~70년대는 경제성장, 1980년대에는 민주화라는 키워드가 있었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 시대정신이 잘 잡히지 않는다. 더 많은 성장이나 민주화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데, 동시에 쌓여있는 문제는 구조적이고 복합적이다.

새로운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 4차산업혁명으로 표현되는 기술의 변화와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정부나 민간, 기업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같이 해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남을 따라가기만 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개념을 설계하고 현실화하고 시행착오까지 거치는 경험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어쩌면 우리는 젊은 세대들에게 정답을 찾도록 미루고 있는 게 아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가야 한다고 본다.

오늘 토론에서 국회와 정부에서 나온 분들은 여러 가지 책임감 때문에 가진 고민들을 토로했고, 혁신의 현장에서는 규제로 인한 답답함을 이야기했다. 그 둘 사이 접점이 분명히 있다. ‘안전’이다. 보호받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드는 커뮤니티에서 스타트업이 성장한다. 우리 사회가 안전하다는 느낌을 젊은 사람들에게 줘야 다양한 혁신에너지가 분출된다고 본다. 그 부분을 고민해나가면서 출구를 찾아야겠다고 느꼈다. 그간의 다양한 경험을 공유해준 다섯 분께 감사 드린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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