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매년 4월25일은 ‘안작(ANZACㆍ호주와 뉴질랜드 연합군의 영문 약자) 데이’로 불린다. 1차 세계대전에 연합군으로 참전한 두 나라 병사들은 1915년 이날 터키 갈리폴리 상륙작전에 투입됐으나, 터키에 패해 퇴각하면서 1만여명(호주 8,700명ㆍ뉴질랜드 2,700명)이 전사했다. 그래서 호주ㆍ뉴질랜드 현지는 물론이고 전장이던 터키 갈리폴리에서도 추모 행사가 열려 왔는데, 올해는 분위기가 달랐다. 예전처럼 행사가 열렸지만, 터키에서 추모객을 겨냥한 테러 모의가 적발되는 등 최근의 ‘반 무슬림ㆍ반 기독교’ 테러 공격 이후 흉흉해진 지구촌 상황이 그대로 감지됐다.
호주 공영 ABC 방송은 25일(현지시간) 터키 경찰이 ‘안작데이’ 추모식 참석자를 노려 테러를 계획한 혐의로 시리아 출신의 압둘케림 힐레프(26)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또 힐레프가 지난달 50명이 숨진 뉴질랜드 이슬람사원 총격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테러를 계획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정부가 확보한 정보에 따르면 (힐레프의) 체포와 갈리폴리 추모식 행사는 어떤 연관성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체포 장소가 추모식 장소로부터 3시간 거리라면서 “터키 당국이 테러 용의자를 체포하는 것은 일상적”이라고 말했다.
이는 무슬림을 겨냥한 ‘뉴질랜드 테러’ 이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호주ㆍ뉴질랜드 국민을 상대로 막말을 하면서 국가 간 긴장이 높아진 탓이기도 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달 ‘갈리폴리 전투’를 언급하면서 “호주와 뉴질랜드가 (당시) 장거리 파병을 한 유일한 동기는 우리는 무슬림이고 그들이 기독교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 무슬림 정서를 품고 터키에 오는 호주ㆍ뉴질랜드인은 선조들처럼 ‘관에 담겨’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극언을 퍼붓기도 했다.
한편 뉴질랜드 테러 참사에 대한 위로 목적으로 이틀 간 뉴질랜드를 찾은 영국의 윌리엄 왕세손은 첫 일정을 이날 오클랜드에서 열린 ‘안작데이’ 추모식으로 시작했다. 그는 재신더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서로 코를 맞대는 마오리 원주민 전통인사를 나누면서 영연방으로서의 연대와 결속을 드러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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