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주주총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올해는 특히 기관투자자의 ‘주주관여’ 흐름이 강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주주서한 발송, 주주제안, 위임장 경쟁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관투자자들은 ‘주주’로 행동했다.
25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2019 주주총회 리뷰’를 통해 기관투자자들의 주주관여가 만들어낸 올해 주총의 새 풍경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주주서한 내용 공개 시작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한 94개 기관투자자(올해 3월 기준) 중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 주주서한을 송부하고 이를 공개한 경우가 등장했다. 지금껏 외국 기관투자자들이 활용하던 주주서한 내용 공개를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주주서한을 송부하고 이를 공개한 기관투자자는 5곳(KB자산운용,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국민연금공단)이다. 이들은 대한항공, SK머티리얼즈, 넥센, 효성티앤씨 등 13개 기업에게 주주서한을 보내고 내용을 공개했다.
주목할 부분은 주주서한의 내용과 기업들의 대응이다. 주주환원 확대 외에도 기업의 다양한 이슈를 다루고 있으며, 주주서한을 받은 기업 중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실제 메리츠자산운용은 가스누출사고가 발생한 SK머티리얼즈에 재발방지에 대한 계획 및 사고가 발생한 지역사회에 대한 보상 등의 내용을 담은 서면 질의서를 발송했다. 이에 SK머티리얼즈는 보상 및 방지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답했고, 이를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도 했다.
또 KB자산운용은 골프존에 브랜드로열티율과 경영자문수수료 인하와 주주환원 개선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송부하였고, 회사는 브랜드로열티율의 인하와 경영자문수수료 대폭축소, 기말배당에 대한 정책을 공시하기도 했다.
이수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원은 “주주서한은 일반적으로 비공개활동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았을 때 취할 수 있는 적극적인 유형의 주주관여 수단”이라며 “이 같은 주주서한 발송의 증가는 국내 기관투자자의 주주관여가 과거에 비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는 반증”이라고 평가했다.
◇늘어난 의결권 대리 권유
주주제안도 늘었다.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이번 주주총회 시즌에 주주제안이 상정된 회사와 안건 수는 각각 17곳과 57건으로, 지난해(9곳, 21건)보다 증가한 수치다. 상정된 안건유형도 다양해졌다. 주로 배당 확대에 대한 제안이 주를 이루었던 과거와 비교하면 올해는 사외이사 선임안건이 가장 많이 나타났다. 특히 사내이사 선임을 제안하는 경우도 3개 회사(세화아이엠씨, 한솔홀딩스, 세이브존I&C)에서 8건이나 됐다.
주주제안과 더불어 회사와 주주가 공시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공시’도 증가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을 대상으로 이번 주주총회 시즌에 회사가 공시한 참고서류를 조사한 결과 411개로 지난해(337개)에 비해 다소 늘었다. 주주가 공시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는 19개로 지난 주주총회 시즌에 공시된 것(7개)에 비해 2배가는 넘는 숫자를 기록했다. 이 중에서 주주제안 통과를 위해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한 공시는 13개였다.
이에 대해 이 선임연구원은 “지난 주주총회 시즌까지 상장기업들은 주주제안 상정여부와 상관없이 ‘주주총회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의결 정족수 확보’라는 획일화된 사유로 공시한 곳이 대부분이었다”며 “이번 주주총회에선 의결권 대리행사 사유를 구체적으로 적시한 곳이 늘어 앞으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공시가 건전한 표 대결을 위한 정보제공의 수단으로 발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