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조강연… “기업 규모 너무 커지면 규제당국이 이용당할 우려 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마스 사전트 미국 뉴욕대 교수가 25일 “정부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게임의 규칙을 설계하고 이를 노동시장과 기업의 혁신에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전트 교수는 이날 한국일보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文 정부 3년, 3대 허들을 넘어 ; 노동개혁, 대기업 정책, 혁신과 가치 충돌’을 주제로 주최한 ‘2019 한국포럼’ 기조강연을 통해 “노동시장의 마찰과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기업 혁신을 유도할 수 있는 정부의 최종 역할은 사회보험 제공과 소득재분배”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정부의 시장 개입은 공공재를 공급하고 시장으로 하여금 경쟁을 추구할 수 있게 하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전트 교수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가 직면한 3대 난제로 △교육-직업-노동 시장의 마찰ㆍ불완전성 △경쟁 정책 및 기업의 생성ㆍ퇴출 △기술 변화와 관련된 ‘창조적 파괴’의 추진ㆍ조정을 꼽았다.
특히 그는 노동시장 개혁에 중대한 마찰이 ‘인센티브’와 ‘보험’ 간의 충돌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나 다른 기관에서 보험을 제공하고 지원할 때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가령 실업자 수를 줄이기 위한 실업급여의 수준이 지나치게 높으면 오히려 구직 노력이 줄어들어 실업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정책과 관련해 사전트 교수는 “기업 규모가 너무 커지면 기업의 수가 적어져 결국 시장이 독점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다”며 “이럴 경우, 규제 당국이 오히려 기업에 이용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역동적인 경제라면 새 기업이 생기고 퇴출돼야 하며, 사람들은 늘 이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기업 창업이 미국 혁신의 엔진이었지만 최근엔 미국에서도 소기업 창업이 계속 줄어 경제의 근본적 문제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전트 교수는 혁신산업을 독려할 수 있는 방법을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설명했다. 먼저 “공급 측면에서는 혁신을 창출하고 아이디어를 육성할 기반시설, 이를 구현할 새 기술, 제조회사를 뒷받침할 기술과 학문”을 꼽았다. 이어 수요 측면에서는 발명과 혁신을 촉진하는 경제활동(무역)을 꼽았다. 그러면서 그는 “혁신 수요를 창출하려면 무역 등을 통한 큰 시장이 필요한데, 결국 최근 각국이 펼치는 보호무역은 이런 혁신 수요를 제약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전트 교수는 “혁신은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성장의 동력이 된다”면서도 “다만 혁신은 소득배분에 과제를 던지기도 한다”고 딜레마를 지적했다. “특허를 통해 혁신을 특정인이 독점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인 사전트 교수는 지난 2011년 경제정책과 국내총생산, 고용 및 투자 등 경제적 변수 간의 인과관계에 대한 연구로 크리스토퍼 심스 프린스턴대 교수와 함께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미국 시카고대, 스탠포드대 경제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2006년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고문교수를 맡기도 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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