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위험요인 기여도 1위 질환
고혈압은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어 고혈압으로 진단받아도 환자로 여기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 ‘혈압이 정상보다 높은 경우’일 뿐이라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고혈압으로 인한 사망이 1위인 질환이다.
고혈압 환자가 1,100만명을 넘어섰다.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30세 이상 성인 중 고혈압 환자는 26.9%나 됐다. 30세 이상 성인의 4명 중 1명 꼴로 고혈압 환자인 셈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질병부담연구(Global Burden of Disease, GBD)에서 전 세계 사망에 대한 모든 위험요인의 기여도를 평가한 결과, 고혈압이 20%로 1위였다. 담배나 비만보다 기여도가 컸다.
손일석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대한고혈압학회 홍보이사)는 “고혈압이 사망 위험요인 1위에 오른 이유는 높은 혈압 자체가 각종 장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키기 쉽기 때문”이라고 했다. 혈압이 높은 상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신체의 여러 부위에서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는 심장발작이나 뇌졸중처럼 치명적인 합병증도 포함된다. 평소 혈액을 혈관으로 보내는 심장은 혈관의 압력이 높을수록 더 많은 힘을 필요로 한다. 심장에 무리가 가면 심장벽이 두꺼워지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심부전증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높은 혈압은 온 몸의 혈관(동맥)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뇌혈관이 막히는 뇌졸중이나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이어질 수 있어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또한 신장(콩팥)에도 문제를 일으키는데, 고혈압으로 인해 신장이 손상되어 단백질이 소변으로 나오거나, 나중에는 결국 신부전(만성콩팥병)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혈압을 잴 때마다 수치가 다르게 나와 내가 고혈압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분도 많다. 이때는 백의 고혈압(white coat hypertension)과 가면 고혈압(masked hypertension)을 의심해봐야 한다.
백의 고혈압은 실제 혈압은 정상이지만 의사를 만나면 긴장과 스트레스 때문에 혈압이 상승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면 고혈압은 실제 혈압은 높으나 진료실에서는 막상 정상으로 수치가 나오는 것을 말한다.
병원에서 혈압이 높게 나온다고 무조건 고혈압은 아닐 수도 있고, 반대로 정상 수치가 나왔다고 해서 정상 혈압이 아닐 수 있다. 실제 고혈압 환자 중에서도 진료실과 가정에서 혈압 차이가 큰 경우가 있어 가정혈압을 잘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압수치가 계속 바뀔 때 제대로 측정하려면 병원에서 처방해 시행하는 24시간 혈압측정검사가 있다. 휴대 가능한 고혈압 측정기를 24시간동안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측정한다. 혈압을 여러 번 측정해 평균 혈압을 알 수 있어 하루에도 위로 30~40㎎Hg, 아래로 20㎎Hg씩 변하는 혈압을 정확히 측정하기 좋다. 최근 일정한 간격으로 측정한 혈압이 꾸준히 135/85㎎Hg를 넘는다면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
고혈압을 아직 중년기 이후의 질환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30대 젊은 고혈압 환자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자신이 고혈압인지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30대 남녀의 고혈압 인지율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치료율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고혈압은 방치하면 동맥경화,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질환이 생길 수 있어 젊다고 방심하지 말고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고혈압 환자 모두 반드시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상 혈압(120/80㎎Hg 미만)과 고혈압 (140/90㎎Hg 이상)의 중간에 있으면 소금 섭취를 줄이고 체중 조절과 금연하는 등 생활습관 관리를 통해 혈압이 조절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심장비대나 심부전·콩팥병과 같이 고혈압에 의한 합병증이 심하면 약을 먹어야 한다.
고혈압 약을 먹기 시작하면 원칙적으로 평생 먹어야 하는 게 맞다. 대부분 약을 중단하면 혈압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바른 생활습관을 통해 정상 혈압을 유지하게 된다면 환자에 따라서는 의사의 진단하게 약을 줄이거나 끊어볼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없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혈압은 언제든지 다시 올라갈 수 있다. 지속적으로 혈압을 측정하면서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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