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스캔들’을 계기로 마약 집중단속을 시작한 경찰이 두 달 만에 1,746명을 검거했다. ‘마약 청정국’이란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마약은 이미 일상에 스며들었다.
경찰청은 최근 2개월 동안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과 협력해 마약사범 1,746명을 검거, 이중 585명을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검거인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9%, 구속인원은 84.4% 급증했다. 경찰이 수사관 1,000여명을 투입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영향도 있지만, 그만큼 마약이 사회 전반에 퍼져 투약하는 보통 사람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검거된 이들은 마약 투약ㆍ소지자가 1,271명(72.5%)으로 가장 많고, 판매책 383명(22.8%)과 밀수책 23명(1.4%) 순이다. 특히 마약을 투약하거나 소지하다 검거된 비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54.9%)에 견줘 대폭 늘었다. 경찰은 추후 판매책들을 집중 추적해 마약류가 일상으로 퍼지는 걸 차단할 계획이다.
마약을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2, 3차 범죄자는 69명이 붙잡혔다. 이 중 19명은 구속됐다. 이들은 주로 술집에서 피해자의 술잔에다 필로폰을 몰래 탄 뒤 마시게 하는 수법을 썼다.
경찰의 집중단속을 촉발한 버닝썬과 아레나 등 서울 강남 클럽 관련 마약사범은 수사대상자 120명 중 104명이 검거됐다. 이 가운데 16회에 걸쳐 마약류를 투약한 이문호(29) 버닝썬 공동대표 등 16명은 구속됐다. 구속자 5명은 인터넷을 통해 일명 ‘물뽕(GHB)’을 팔다 붙잡혔다.
경찰이 검거한 1,746명에는 연예인 2명과 재벌가 3세 3명도 포함됐다. 연예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필로폰을 산 뒤 투약한 귀화 방송인 하일(60ㆍ미국명 로버트 할리), 기자회견까지 자청하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마약류 양성 감정결과가 나온 가수 겸 배우 박유천(33)이다.
현대가 3세 정모(29ㆍ구속)씨와 SK가 3세 최모(31ㆍ구속)씨,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1ㆍ구속)씨도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단속에선 대담한 범행 수법도 눈에 띄었다. 강원 춘천경찰서는 오피스텔과 창고에서 대마를 재배한 뒤 다크넷 사이트를 통해 약 1.2㎏을 판매한 3명을 붙잡았다. 이들은 계좌추적을 피하려고 가상화폐로만 거래를 했다. 수도권 일대에서 필로폰 11.8g을 판매한 조직폭력배도 검거됐다.
두 달 간 ‘마약과의 전쟁’을 치른 경찰은 내달 24일까지 집중단속을 이어나간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마약 근절을 위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히 단속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국민에게 위화감을 조성하는 사회특권층의 불법행위에 대해선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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