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근육 발달, 악기연주ㆍ성적 등과 밀접… 발달 속도는 아이마다 달라
게티이미지뱅크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부터 주말이면 과목별 학습 진도와 준비물을 안내하는 학급별 주간학습계획을 확인하는 게 중요한 일과가 됐다. 최근 주간학습계획에는 5학년 전체가 곧 단소를 배울 예정이니 악기를 미리 준비해 놓으라는 공지가 적혀 있었다. 냉큼 동네 문구점으로 달려가 단소를 사온 아이는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리코더와 좀 다르다며 재미있어 했다.

요즘 초등학교에선 저학년은 주로 리코더를, 고학년이 되면 단소를 배운다고 한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저학년 때 리코더를 시작하기 전 크기가 더 작은 오카리나부터 가르쳤다. 리코더와 단소는 흔히 떠올리는 피리처럼 길다란 모양인 반면, 오카리나는 어른 손바닥 만한 작고 통통한 새처럼 생긴 악기다.

초등학생들에게 학교에서 오카리나, 리코더, 단소를 가르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스스로 악기를 연주하며 음악의 즐거움을 깨닫게 하고, 악보와 음정, 기본적인 박자 감각을 익히게 하기 위해서다. 누구나 학교를 졸업하면 적어도 한 가지 악기는 능숙하게 연주할 수 있는 ‘1인 1악기’ 기회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악기 연주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성장기 아이들의 소(小)근육 발달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 악기는 모두 손가락으로 작은 구멍들을 막았다 열었다 하며 소리를 낸다. 어느 위치의 구멍을 몇 개씩 얼마나 막고 여느냐에 따라 음의 높낮이가 달라진다. 원하는 소리가 나도록 지름이 5㎜ 안팎에 불과한 구멍들을 박자에 맞춰 막았다 열었다 반복하는 동안 손에 있는 작은 근육들이 정교하고 민첩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능 발달로 이어진다.

소근육과 대(大)근육을 구분하는 딱 떨어지는 기준은 없다. 서거나 앉고 걷거나 뛰는 것처럼 큰 동작을 하는 데 주로 쓰이는 근육을 대근육, 물건을 잡고 글씨를 쓰거나 신발끈을 매는 것처럼 상대적으로 작은 동작을 하는 데 많이 사용되는 근육을 소근육이라고 대략적으로 분류한다. 갓 태어난 아기는 주요 대근육이 먼저 발달하고 몸의 중심부 근육부터 말단 부위 근육으로 발달이 확산된다. 손이나 발, 얼굴 등 주로 신체 말단에 많은 소근육은 대개 만 1세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다. 대체로 생후 18개월 전후면 혼자 블록을 여러 개 쌓아 올릴 수 있고, 3세 땐 연필을 잡아 간단한 모양을 그리며, 5세 정도 되면 가위질이 꽤 능숙해진다.

몸의 다른 부위들과 마찬가지로 소근육 역시 세부적인 발달 속도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초등학생인데도 신발끈을 제대로 못 매거나, 옷을 입고 벗을 때 단추를 채우는 게 쉽지 않고, 물건을 들어 옮길 때 자주 떨어뜨리고, 연필 잡은 손 모양이 어색하거나 글씨체가 여간 해서 잘 교정되지 않는 아이들은 소근육 발달이 또래보다 느릴 가능성이 있다. 소근육 발달이 더디면 리코더나 단소 연주도 수월하게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한국교육개발원, 서울교대 등과 공동으로 국내 초등학교 학습부진 학생 50명을 2017년부터 2년 동안 관찰한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여기서 학습부진은 교육부의 기초학력 진단평가 결과 기초학습이나 교과학습이 미달 수준인 상태를 말한다. 관찰 결과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학습부진 학생들은 대부분 공통적으로 리코더와 단소 연주를 힘겨워했다. 음마다 다른 구멍 번호에 맞는 손가락을 잘 연결시키지 못하는 등 운지법 자체를 힘들어 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늦어진 소근육 발달이 학습부진 학생이 성장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소근육 발달이 학습 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데는 많은 과학자들이 동의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근육 발달이 더딘 학생의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고 단순화, 보편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견해도 많다. 아이들의 학습 능력은 소근육 발달 이외에 수많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연구에 참여한 학습부진 아이들은 소근육 발달이 늦어 성적을 못 올렸을까, 아니면 학교생활이 힘들어 리코더 연주마저 흥미를 못 붙였을까.

리코더와 단소는 중학생이 되어서도 분다. 얼마나 능숙하게 부는지 평가하는 학교도 있다. 어느새 학습 능력을 판단하는 잣대가 돼버린 악기에 아이가 아직 재미를 느끼고 있어 다행이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